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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약류 처방 받는 2,000만 시대의 명암은?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7-04 08: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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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1회 이상 처방받은 국내 환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39%로, 국민 10명 중 4명이 마약류 의약품을 한 번 이상 사용했다는 의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020년부터 매년 집계하고 있는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사용은 5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단순히 수치상의 증가만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일상적인 진료 현장에서 마약류 처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정책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 10명 중 4명’ 
마약류 투여 환자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1,747만 명에서 2,001만 명으로 약 254만 명 증가했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의 증가는 단순히 감기약이나 항생제처럼 일시적 유행이나 질병의 증가로 발생한 것과는 다르다. 고령화·정신건강 질환 증가·검진 문화 변화 등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처방된 마약류의 총량 역시 2020년 약 17억 5,000만 정에서 2024년에는 약 19억 2,000만 정으로 늘었다. 매년 수백만 정씩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환자 1인당 약 96정(2024년 기준)을 처방받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의학적으로 정당한 처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남용’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만큼 통제·관리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ADHD 치료제 계열 증가세
마약류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진통제, 마취제, 최면진정제, 항불안제,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등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최근 5년간 가장 뚜렷하게 증가한 성분은 ADHD 치료제 계열이다.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등은 매년 20% 이상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으며, 10대 이하뿐만 아니라 20~30대 성인층에서도 처방량이 증가하고 있다.

ADHD 진단 건수가 증가하면서 약물치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과거엔 ‘과잉행동장애’ 정도로 인식되던 ADHD가 이제는 신경정신계 질환으로 인정받고, 이에 대한 치료의 일환으로 약물 사용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고, 이에 따라 처방량도 함께 증가했다.

반면, 오남용 우려가 크던 식욕억제제와 펜타닐 등의 처방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펜타닐은 2020년 930만 정 수준에서 2024년 739만 정으로 약 20% 가까이 줄었으며, 식욕억제제 역시 같은 기간 약 13%가량 감소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과 모니터링 강화의 결과로 평가된다.


중장년층 중심의 처방 증가
마약류 의약품 처방의 중심은 단연코 중장년층이다. 2024년 기준으로 40~60대가 전체 처방 환자의 약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0.8%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19.7%, 40대 19.1% 순이었다. 이는 건강검진 확대와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일상화된 중장년층의 의료 소비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수면내시경과 같은 시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마취제(프로포폴, 미다졸람 등)의 사용 증가가 눈에 띈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진정·마취 목적의 약물 처방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진정제 사용의 합리적 가이드라인 마련과 전문 인력에 의한 처방 적정성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잉 처방과 중복 복용 위험 존재
마약류 의약품은 본질적으로 중독성과 의존성을 동반할 수 있어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다기관 이용 환자의 경우 동일 성분 약물을 여러 병원에서 중복 처방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중복 처방은 통계상 확인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실제보다 오남용 실태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식약처는 마약류를 과도하게 처방하거나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433개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 188곳에서 보고 누락 또는 부적절한 처방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전체 점검 기관의 약 4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행정지도 및 고발 조치를 병행하고 있으며, 의료인 대상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부터 운영 중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이다. 이 시스템은 처방과 조제, 투약, 반품까지 전 과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의심 사례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2년부터는 ‘사전알리미 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이는 의사가 마약류를 처방하기 전, 환자의 기존 마약류 복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중복 처방과 과잉 복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식약처는 연간 수백만 건의 처방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남용 우려군을 추려내고, 이들에 대해 맞춤형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안전사용 캠페인, 의료인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 중이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위험 처방 탐지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 처방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선제적 대응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관리의 정밀성이 관건
의료용 마약류는 통증 치료, 수술 전후 마취, 정신과 질환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지난해 2,000만 명을 넘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우리 사회가 이 약물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통제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 증가를 ‘위험’으로 인식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약물이 ‘안전한 의료적 통제’  하에 사용되느냐는 점이다.

즉, 사용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사용하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의 적정 처방 가이드라인과 교육, 모니터링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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