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개소리’
강아지의 마음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꽃밭이 있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으며, 순종적이기도 하다. 조금 잔인한 일화이기는 하지만, 어느 두메산골에서 개를 잡아먹기 위해 팔팔 끓는 솥에 개를 넣었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다 빠져나온 개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주인을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00만 명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 토끼, 염소, 양, 이구아나 등등 모든 동물이 포함된 수치일 것이다.
또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고,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요즘에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놀고먹는 개가 차라리 부럽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었지만 요즘에는 주인만 기다리는 개만큼 가여운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모두 변화하면서 관련 산업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8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2년에는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안에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간식, 배변패드, 영양제와 같은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이고 유치원, 호텔, 보험, 장례 등등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앱으로 산책 루트를 기록하며, 스마트 장비로 자동 급식을 하는 등 ‘펫테크’ 산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서는 반려동물 가구 전용 주택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입주할 수 없고, 강아지용 발 세척기, 반려동물 유치원, 방음벽 및 미끄럼 방지 바닥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집에만 있거나 마당에 묶여있는 존재가 아니다. 호텔, 수영장, 카페, 식당에서도 볼 수 있는, 누군가에겐 가족이고, 누군가에겐 친구이며,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다. 반려인들은 본인에게는 관대하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그렇지 않다. 땅에 떨어뜨린 음식도 3초가 지나지 않으면 주워 먹고, 몸에 좋다는 것은 일단 입으로 욱여넣고 본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물건을 고를 때는 달라진다. “이거 먹여도 괜찮을까?”, “성분은 안전할까?” 계속해서 의심하고 검증한 끝에 구매한다.
이렇게 ‘개소리’를 늘어놓는 이유는 다단계판매업계가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서다.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하지만, 제품력에 관해서 만큼은 대부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소비자가 또 다른 소비자에게 물건을 소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형편없는 제품으로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까다로운 ‘집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시장은 바로 다단계판매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 반려동물 용품을 출시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스템텍이 한국에서 영업했을 당시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를 팔기도 했고, 한국암웨이, 애터미 등은 현재도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힐리월드코리아는 최근 반려동물 디바이스 전용 프로그램 ‘애니멀 모듈’을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섣불리 제품을 확장하지 않는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려동물 산업은 이커머스 중심으로 성장해 온 탓에 치열한 단가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낮은 마진율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업계에서 축적해 온 연구 역량과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제품을 선보인다면, 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하는 와중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경남 거제의 한 식당 마당에서 20대 성인 남성 3명이 묶여있던 반려견 4마리에게 수백 발의 비비탄을 난사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1마리가 사망하고 2마리는 안구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가해자들의 얼굴, 이름, 직업 등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퍼질 만큼 전 국민은 분개했고, 엄벌을 탄원하는 서명에 동참하는 이들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현재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으로 규정돼 있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반려동물 관련 사건 사고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이 어디까지 변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냉정하고 차갑고 혹독하지만, 사업가라면 이러한 점들을 들여다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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