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호황 속 용기 수급 비상
병목 현실화…직판업계도 출고 지연 우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가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 출시를 위한 핵심 요소인 ‘화장품 용기’의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들의 주문이 대거 몰리면서 직판업계 제품 출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디·글로벌 브랜드 주문 폭증
국내 화장품 용기 전문 제조기업 중 1위는 ‘연우’다. 지난 2022년 한국콜마가 55%의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에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LG생활건강 ‘후’의 용기를 생산 중인 연우는 한국콜마의 인수 이후 국내 인디 브랜드와 미국 인디 브랜드 용기 주문이 폭주하면서, 지난해 2,615억 원이라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또 다른 화장품 용기 전문 제조기업 펌텍코리아의 성장도 눈부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화장품 용기 전문 제조기업 펌텍코리아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1,021억 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15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K-뷰티의 전방위적 수출 확대로 우호적 산업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펌텍코리아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 적시성 있는 생산능력 확대, 적극적인 고객 유치 등을 통해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펌텍코리아는 선스틱과 선크림처럼 계절에 민감한 제품에 집중됐던 수요가 스킨케어와 생활용품 분야로 다변화되면서 실적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4공장 증설 효과와 2026년 6공장 증설 효과가 더해지며 계단식 매출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소량 생산 업체에는 위기
국내 용기 제조업체들은 자동화 설비와 빠른 납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외 인디 브랜드의 대량 발주가 이어지면서 ‘프리몰드(Pre-Mold)’ 금형을 활용한 빠른 제작 제품에 주문이 집중되고 있다. 프리몰드란 ‘금형이 필요 없는 용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금형’을 뜻한다.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금형을 만든 후 이를 통해 주문 생산한다. 보통 금형은 이를 만든 브랜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금형을 주문 제작하면 좋지만,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인디 브랜드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하지만 프리몰드는 이미 제작된 다양한 디자인의 금형을 활용해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새로운 금형을 만들 필요 없이 곧바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형 제작에 들어가는 평균 30~40일의 시간이 단축되고 디자인 선택의 폭도 넓다. 제품을 소량 생산해 빠르게 시장 반응을 보고 싶은 인디 브랜드에게 프리몰드는 최고의 선택지였다.
문제는 이런 프리몰드 생산라인도 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백 개 단위의 소량 주문이 많았는데 최근 인디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수천 개 단위의 반복 주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좋은 반응을 얻어도 제품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화장품을 핵심 품목으로 두고 있는 직판업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해 제품을 론칭하고 반응을 봐야하는 신생업체에게는 부담이 된다.
한 직판업체 관계자는 “화장품 ODM을 맡기는 경우 대부분 ODM 업체가 용기 조달까지 포함해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며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직판업계 화장품 ODM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연우나 펌텍코리아 등과 협력해 자체 카탈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나 독창적인 디자인을 원할 경우 별도로 용기를 주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규업체들의 경우 경쟁력있는 화장품을 출시하려다 용기 공급에 애를 먹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 신규업체 관계자는 “새롭게 브랜드를 론칭할 때 원가 절감을 위해 또는 차별화를 위한 특수 소재 용기를 별도로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지난해부터 용기를 별도로 주문할 경우 최소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 선크림의 경우에는 연초부터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그나마도 연우는 주문을 받아주는데 펌텍코리아는 4공장을 돌리고 주말 근무까지 하면서도 물량이 딸려서 신규업체는 아예 거래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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