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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핵심 자산 떠오른 제네릭과 개량신약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7-18 09: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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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만성질환의 급증,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의료 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과거 ‘값싼 복제약’ 혹은 ‘신약의 그늘’로 인식되던 이들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의료 공백 최소화, 복약 순응도 개선, 나아가 R&D 기반 확장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제도적 평가 기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의 수문장, 제네릭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을 갖는 복제약으로, 대체 의약품의 등장에 따라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현행 제도상 최초 제네릭 등재 후 1년간 오리지널 의약품은 기존 약가의 70%, 이후 53.55%로 인하된다. 같은 기간 제네릭 의약품 역시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으로 약가가 책정되지만, 초기에는 가산금으로 인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 등재 이후 성분별로 다양한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침투가 안정화되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절감 효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전략적 가치다.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의 86.1%가 최소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평균 질환 수는 2.2개에 달했다. 고령자의 경우 치료를 위해 다수의 약물을 장기 복용하게 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제네릭으로 처방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 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재조명이 필요하다.


복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 높인 개량신약
개량신약은 기존 약물의 복용 편의성, 효능, 안전성을 개선해 신약과 유사한 임상적 가치를 제공하는 의약품이다. 특히 고령 환자와 같이 복약 순응도가 낮은 집단에 큰 이점을 제공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총 152품목의 개량신약이 허가됐고, 이 중 87.5%는 새로운 조성의 복합제나 투약 주기 개선을 통해 환자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예를 들어, 주 1회 복용하던 약을 월 1회로 줄이거나 하루 2~3회 복용해야 했던 약을 하루 1회 복용으로 바꾸는 서방형 제제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더불어 약물 복용 횟수 감소는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이점이다.

이러한 개량신약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 입원율 감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존 신약에 비해 개발 리스크가 낮고, 축적된 임상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R&D 생태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한다.


기술혁신,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로 입증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혁신은 점차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 제형 기술 ‘ALT-B4’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 MSD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다이이치산쿄와도 협력 관계를 맺으며 항암제의 피하주사 제형화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정맥주사 대비 환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 복합제 ‘아모잘탄’은 2023년 국산 전문약으로는 최초로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종근당의 ‘듀비에’, 보령의 ‘듀카브’ 역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개량신약이 수출을 동반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단순한 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는다. 개량신약을 통해 쌓인 임상 및 허가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자금 회수 구조는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이다. 제네릭과 개량신약은 국내 R&D 기반을 다지고 기술 역량을 축적하는 데 있어, 신약과 상호 보완적인 가치를 지닌다.


제도는 여전히 신약 중심…
사후규제만 쌓여
국내 약가제도는 오랫동안 ‘신약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별등재제도(2007), 위험분담제도(2013), 경제성평가 생략제도(2015) 등은 모두 고가 신약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다. 반면 제네릭과 개량신약에는 급여적정성 재평가(2020),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재평가(2023) 등 규제적 성격의 제도가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제네릭은 연간 2~3차례 약가 인하라는 예측 불가능한 사후 규제에 직면하며, 중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결국 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

게다가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는 대형 병원 중심으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여서, 의원·약국 등 소규모 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다.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약가 인하로 인한 절감 여력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제네릭과 개량신약에 대한 가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값싼 복제약’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보건위기 상황에서의 안정적 공급, 약물 복용 편의성 개선, 복약 순응도 향상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여를 반영한 평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급 중단 위기 시에도 시장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다른 제품보다 저렴하게 제공한 기업에는 약가 인하율을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중복·과잉 규제를 유발하는 사후관리 제도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용적 혁신’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제네릭과 개량신약은 더 이상 단순한 복제나 가격 경쟁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일상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 도전 과제 속에서 의료 시스템의 탄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또한,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교두보이자,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초 체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제는 이들의 실용적·공공적 가치를 제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해야 할 때다. 규제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형 보건의료 체계의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인정하고,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통해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자료 참조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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