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업체 ‘오픈빨’ 사라졌다
단순 프리미엄 고가 전략, 외국계 브랜드 통하기 어려워
한때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신규 매출을 양산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2010년대까지 이어졌던 소위 ‘오픈빨’과 외국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은 사라졌고, 신규업체들은 시장 진입 초기부터 고전하고 있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 전략이나 단순한 외국계 브랜드 이미지로는 더 이상 소비자와 판매자를 끌어모으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2010년대는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에 있어 ‘황금기’로 불릴 만큼 역동적인 시기였다. 다양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했고, 국내 기업들도 ‘보상플랜’과 ‘오픈빨’을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수천 명의 회원과 수백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이 시기의 소비자들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미국, 유럽 회사’, ‘FDA 승인 원료 사용’ 같은 마케팅 키워드가 강한 파급력을 발휘했다. 제품 가격도 비교적 고가였지만 ‘사업 기회’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명분으로 수용됐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판매자와 소비자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재택근무 확산과 대면 영업의 제약은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한 네트워크 마케팅 활동을 위축시켰다. 동시에 라이브커머스, 정기구독형 D2C 플랫폼, SNS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다양한 온라인 유통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는 굳이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구조를 통해 제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또한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시하게 되었고, 사업자들도 ‘누적 매출’이나 ‘직급 보상’보다는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더 선호하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 단기간 내 급성장을 꾀하던 고가 프리미엄 중심의 네트워크 마케팅 전략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되었다.
실제 시장 상황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S사는 고함량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프리미엄 화장품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지만, 한 달 분에 2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정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이전 외국계 업체 출신 사업자들의 합류가 기대됐지만, 핵심 사업자 유입이 지연되면서 조직 확장에도 실패했다. 기존의 ‘오픈빨’이 전혀 통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같은 시기 진출한 외국계 업체 S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유를 포함한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내세웠지만, 과거 외국계 업체에 쏠렸던 소비자와 사업자의 기대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외국 브랜드=성공’이라는 공식은 이미 오래전에 깨졌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전략 없인 생존도 어렵다
신규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이 ‘오픈빨’을 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 된 전략과 제품의 부재, 브랜딩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필품이 거의 모든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업체들은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특별한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기능성을 강조한 고가 제품, 화장품의 경우에도 줄기세포나 미백.주름 등의 기능성 원료만 앞세운다. 이런 구조는 국내에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이 형성된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전형적인 유통 포맷이다.
차별화된 제품력이 아닌 보상플랜이나 리더사업자에게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시장 특성상 과거에는 평범한 제품과 보상플랜을 갖고도 괜찮은 리더가 이끌어 가면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신규업체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이름값에 연연해하며 리더사업자를 영입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사업 설계 자체가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사업자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대신 ‘합리적 가격’과 ‘정기구독’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유통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판매보다 소비 중심의 구조를 강화하고, 무리한 리크루팅이 아닌 제품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 업체 대표는 “그동안 많은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소비가 소득이 된다고 강의를 했지만, 실제로 지켜진 곳은 거의 없었다”며 “이제는 단순히 제품이나 보상플랜으로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차별화된 브랜드와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만 원이라도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유통 체계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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