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랑 끝 다단계, 해법 없나?
다단계판매업계의 위기 징후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24년 다단계판매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체 매출은 4조 5,373억 원이다. 이는 2023년보다는 8.5% 하락한 수치이며, 2022년과 비교한다면 1조 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2년 만에 1조 원이 빠졌다는 것은 향후 2년 후에도 다시 1조 원에 이르는 매출이 증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업계 차원의 대책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한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기업 단위의 고만고만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를 폭넓게 아우르는 정책적인 차원에는 이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누구나 위기를 걱정하지만 아무도 해법은 찾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촉발된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게 일반상식이다. 그렇다면 전도유망하던 다단계판매가 10년 전의 규모로 뒷걸음친 결정적인 단서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가상화폐의 등장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등장을 다단계판매 매출 하락 요인으로 특정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다단계판매도 그렇지만 가상화폐 역시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한 독특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직접판매 시장인 미국과 유럽은 가상화폐 발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가 대한민국 다단계판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확언하기에는 적절치 않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점만 본다면 미국과 유럽 등의 글로벌 시장에서는 느닷없이 탄생한 가상화폐를 하나의 상품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좀 과한 비유인 것 같지만 세계 시장이 가상화폐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 것과는 달리 우리는 흥선대원군 시절처럼 쇄국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니 도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상화폐에 매료된 회원들은 미련 없이 업계를 떠났고, 불법과 합법, 옥과 돌을 가리지 못한 채 전전하게 됐다.
또 한 가지는 기존의 유통 시장이 급격하게 온라인화 되는 중에도 다단계판매 시장은 여전히 방물장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이고, 지고, 싣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누구나 부업을 원하는 이 시대에 부업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특히, 온라인 부업이라는 특화된 시장에 대해 불법 운운하며 차단한 것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젊은 세대의 유입을 차단한 악수로 작용했다.
다단계판매가 기존의 유통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일자리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쿠팡이라는 회사가 아무리 커져도 셀러가 아닌 일반인이 소비와 소개 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는 어렵다. 쿠팡 역시 잠시 바이럴 마케팅을 시행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소득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 적극적인 다단계판매원이라면 자신의 판매 및 사업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중산층을 넘어, 더 높은 곳에도 이를 수 있다. 이것은 그저 막연한 구호나 비전이 아니라 실제로 억대 연봉자 중의 상당수가 실현해낸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는 실사구시에 있다고 한다. ‘잘사니즘’과 ‘먹사니즘’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단계판매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정부의 적극적인 방관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