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인가, 할 만한 곳이 없는 것인가
한때 900만 명을 웃돌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내 다단계판매 회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다단계판매 회원 수는 2018년 90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2024년에는 687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불과 6년 만에 200만 명 이상이 사라진 것입니다. 단순히 숫자상의 변화를 넘어 국내 다단계산업이 근본적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고, 사업자들은 “믿을 만한 회사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대조적인 목소리는 다단계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회원 수 감소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세대일수록 다단계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청년층은 이미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데, 미래가 불투명한 다단계판매에 뛰어들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청년 실업자가 많으니 다단계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는 일부 업계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역시 회원 감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40~50대 이상이 다단계의 주요 회원 기반이었지만, 이 세대 역시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원을 찾는 과정에서 다단계를 선택하기보다 ‘안정적 아르바이트’나 ‘소규모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건강 문제나 활동성 저하도 다단계 영업 활동에는 큰 제약이 됩니다. 반대로 젊은 층은 출산율 저하와 실업난 속에서 ‘현실적인 일자리’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불확실한 다단계 구조에 몸을 싣기보다는 작더라도 당장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는 직업을 택하는 것입니다. 사회 구조적 변화가 다단계산업의 성장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십년째 꿈쩍하지 않는 규제 환경 역시 문제입니다. 국내 다단계판매업은 ‘후원수당 35% 상한선’이라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죠. 이는 회원에게 돌아가는 보상 한도를 제한해 과도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지만, 동시에 글로벌 시장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40~50%대까지 허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업체들이 해외 진출 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규제입니다. 수당 구조가 제한되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노력 대비 수익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신규 진입 매력은 떨어집니다. 결국 다단계가 ‘열심히 해도 돈이 안 되는 구조’로 각인되면서, 산업 자체의 매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죠. 최근에는 SNS 기반의 개인 판매, 라이브 커머스,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새로운 유통 모델이 부상하면서, 굳이 다단계라는 낡은 틀에 얽매일 이유가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업계는 청년층의 무관심과 실업난 속에도 유입되지 않는 인력 문제를 ‘일할 사람이 없는 현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할 만한 회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더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보상 구조와 투명한 운영, 장기적 신뢰를 확보한 회사가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기존의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단계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회사 선택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본을 지키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업계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편법적 영업 관행을 근절해야 합니다. 단기적 실적을 위해 과장 광고나 허위 정보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회사들이 공정한 보상 구조를 확립해야 합니다.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신규 진입자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유통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업계가 새로운 사업자로 유입하려 애쓰고 있는 MZ세대는 온라인 중심의 소비 문화에 익숙합니다. 다단계 역시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투명한 온라인 플랫폼과 접목한 신뢰 기반 모델을 모색해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단계산업은 한 차례 전성기를 지나 쇠퇴 국면에 접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십만 명이 활동하고 있고, 일부 회사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산업 전체의 체질이 개선된다면 다시 전성기를 맞을수 있다는 뜻입니다. 회원 수 감소를 단순히 인구 구조 탓이나 사회적 무관심 탓으로만 돌리면 안됩니다. 신뢰할 만한 기업과 일할 만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젊은 세대는 결코 이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할 사람이 없는가, 할 만한 곳이 없는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명합니다. 지금 다단계산업에 필요한 것은 인력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신뢰 없는 산업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다. 업계가 진정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면, 소비자와 사업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구축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다단계산업이 다시 사회적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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