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다단계판매가 절체절명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관련 기관 단체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기업마저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관이 합심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내고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할 판에 판매원들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가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리더가 없다는 말이다. 뛰어난 리더가 들어오면 조직을 활성화하고 매출을 올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기업가 자신이나 해당 기업이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역량을 지닌 리더를 받아 안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거나 거의 없다.
운동 경기로 비유하자면 리더를 포함한 판매원은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다. 임직원들은 코치나 트레이너 쯤 될 것이고, 경영자는 감독이나 구단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뛰어난 선수가 들어오면 그 팀의 승률은 높아지고 우승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경기라는 것은 선수들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트레이너의 맞춤형 훈련과 코칭이 필요하고 감독의 전술 전략이 먹혀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단주의 대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우승할 수 있는 팀의 윤곽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지금 다단계판매업계의 문제는 각각의 팀의 역량을 끌어올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축구를 하던 선수들이 럭비나 미식축구, 격투기 등 다른 종목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이 선수들을 잡아둬야 팀이 유지되고 경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코치도 감독도 선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한 팀만 그런 거라면 그 팀만의 문제이므로 팀이 해체되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팀들이 선수 이탈이라는 공통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러다가는 몇몇 팀만 살아남고 아예 리그 자체가 없어져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업계에는 변변한 협의체조차 없는 실정이다. 공통의 고민을 토로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협력을 요구하거나 제공할 의사를 전달할 창구가 없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꽃놀이에만 열중하는 꼴은 그야말로 기생단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입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소속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을 초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난상토론이라도 벌여가며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협회나 공제조합이 뭘 해줄 수도 없고, 개별 기업이 뭘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100여 개 업체가 모두 모여 밤을 새워가면서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뜻이 모아진다면 기업들이 모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몸소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토로하다 보면 정답은 아닐지라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은 답을 찾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대화 과정에서 실낱같은 빛이라도 한 줄기 찾아내게 될지 누가 아는가? 발버둥을 쳐도 모자랄 판국에 너무도 고요한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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