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정책, K-뷰티에 찾아온 먹구름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29일 소액면세(De Minimis, 800달러 이하 무관세)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한편, 한국산 제품에 대한 15% 상호관세는 이보다 앞선 8월 7일부터 이미 적용되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한 생활소비재의 직구·역직구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온 K-뷰티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아왔다. 특히 SNS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 ‘소포 단위 직구’ 모델은 소액면세 혜택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든 소액 화물에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기존 가격 경쟁력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도 미국내 K-뷰티 제품 가격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관세 구조다. 한국산 제품은 이미 15% 상호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우편(USPS) 경로를 통한 소액 화물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송업체가 ‘거래가치 기준 관세(15%)’ 또는 ‘정액 관세(한국은 제품당 80달러)’ 중 하나를 선택해 일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관세 부과의 면제가 아니라 부과 방식만 다르게 정하는 제도다.
제품 1개당 가격이 약 533달러(한화 약 74만 원)를 넘을 때는 정액 관세가 유리하다. 반대로 그 이하의 경우에는 거래가치 기준 관세가 더 적은 부담이 된다.
결국 저가·소포 중심으로 성장해온 K-뷰티 직구 모델은 이번 조치로 근본적인 흔들림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 브랜드들은 소액직구가 미국 진출의 핵심 경로였는데, 정액 관세가 붙으면 단가 대비 관세 비율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소비자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액면세 폐지…직판업계 물류·보상체계 재편 불가피
앞서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8월 29일 관세 부과의 근거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부여하는 대통령의 권한에 관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사람들은 중간에서 법원이 뭐라고 판단하든지 상관없이 각자의 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무역 파트너들은 협상과 관련해 우리와 계속해서 매우 긴밀하게 협의중”이라고 말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과 무역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재판부는 상고 허용을 위해 관세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고하게 되면 관세 정책의 합법성을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결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 법원 판결 직후, 대법원 상고 방침을 즉각 밝힌 바 있다.
직접판매업계, 미국 지사 운영에도 관세 부담 가중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형 화장품 판매 기업도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고객 입장에선 통관 시 관세 납부라는 추가 절차가 생겨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 이탈 최소화를 위해 자체 프로모션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7월 기준 글로벌 아모레몰 전체 방문객의 70%는 미국 고객이다.
문제는 직접판매업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한국 주요 직접판매기업 상당수는 이미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법인을 두고, 현지 회원조직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대량 물류를 통해 미국으로 제품을 반입한 뒤, 창고를 거쳐 회원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모든 정식 수입품에도 동일하게 15%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지사 운영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수입 시점에 일괄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구조 탓에, 재고 운영 비용은 커지고 현금흐름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여기에 MPF(수입처리수수료, 0.3464%), HMF(항만유지수수료, 0.125%) 등 통관 관련 부대 비용까지 더해지면 총 원가는 더욱 높아진다.
직접판매업계의 사업 구조상 회원 커미션과 포인트 체계는 소비자가격에 직결된다. 관세와 수수료로 인한 원가 상승은 곧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규 회원 모집과 기존 회원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단계판매 구조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회원 이탈과 매출 둔화가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 방법으로 미국 현지 재고형 운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직배송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 내 법인이나 3PL(물류대행) 창고를 활용해 제품을 보관하고, 소비자 주문 시 현지 배송으로 처리하면 배송비와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다. 관세도 수입 시 한 번에 정산해 소비자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외국자유무역지대(FTZ) 제도의 적극적 활용도 권장된다. FTZ 내로 반입한 제품은 판매 시점까지 관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고, 재수출 시 관세가 면제된다. 직접판매업계처럼 반품·재출고가 빈번한 업종에는 특히 유리하다.
‘최초매매가격 적용 규정(First Sale Rule)’과 같은 합법적 절세 수단을 활용하여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최초매매가격 적용 규정을 적용하려면 최초 매매가가 실제 거래였음을 증명하고, 미국 수출용임을 입증할 계약·인보이스·지급 서류를 갖춰야 한다. 충족 시 제조사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아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직접판매기업의 경우 제조사를 통한 ODM 제품을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ODM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어 관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결국 누가 빠르게 대처해 유통 구조와 가격 체계를 재편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이번 변화는 한국 직접판매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험대가 될 수 있으며, 대응 역량이 곧 앞으로의 성장을 결정짓는 열쇠이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