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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기보다는 더욱 깊어져라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5-09-05 08: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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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진리를 찾아서…>

▷ Canva로 생성한 이미지

『도덕경』 제4장 (第四章)

道沖 而用之或不盈(도충 이용지혹불영)
도는 텅 비어 있으나,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

淵兮 似萬物之宗(연혜 사만물지종)
깊구나. 마치 만물의 조상 같도다.

挫其銳 解其紛(좌기예 해기분)
그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그 엉킴을 풀라.

和其光 同其塵(화기광 동기진)
그 빛을 조화롭게 하고, 그 먼지와 함께 하라.

湛兮 似或存(담혜 사혹존)
그윽하구나, 마치 누가 있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나는 그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지만, 조물주보다 앞서는 것 같다.


도는 공기와 같습니다. 가득 차 있지만 텅 비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무색무취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시더라도 공기는 여전히 그 양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흐름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氣)와 같은 것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도는 깊디 깊어서 만물이 거기에서 비롯된 것도 같습니다. 속이 깊은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그의 깊고 그윽한 심성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큰 산이라는 말은 높이보다 깊이에 주목하는 말입니다. 큰사람이라는 말도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품이 넓고 생각과 뜻이 깊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함께 있을 때 푸근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큰사람입니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신의 숨결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름 붙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기독교도라면 하느님의 숨결이라 느꼈을 테고, 불교도라면 부처님을, 무슬림이라면 알라를, 그리고 무속인이라면 각자 자신이 섬기는 신이 왕림한 것이라고 받아들였을 테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신의 숨결이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경험을 포괄하는 것이 바로 도입니다. 늘 곁에 있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람이든 물건이든 날카로운 것들은 주위에 상처를 입히기 쉽습니다. 남에게 상처를 잘 입히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는 더 많은 상처를 냈겠지요. 대부분의 날카로운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찌른, 감정적 자해로 인한 상처를 가득 안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얽히고설키고 꽁꽁 싸맨 수많은 매듭에 단단히 묶여 있기도 합니다. 도는 날카롭기만 한 감정들을 두리뭉실하게 만들어주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매듭의 실마리를 찾아 풀어줍니다. 우리 주위에는 날카롭고 꼬인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풀어주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받아주고 풀어주는 사람이야말로 도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진광불휘(眞光不輝)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진짜 빛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전체를 밝혀줄 뿐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빛이 너무 밝으면 사람들은 인상을 쓰거나 외면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하지요. 작고한 신경림 시인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노래했습니다. 너무 잘 나면 못난 놈들이 가까이 가기에는 어쩐지 부담스럽습니다. 

흠결이 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무결점의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쨍하게 맑은 날에는 햇살을 피할 수 없고,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날에는 먼지를 피할 수 없듯이, 잘 가리고 숨길 수는 있어도 단 하나의 흠집도 없을 수는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도라는 것은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어느 것도 가려놓지 않습니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그저 드러낼 뿐입니다. 

도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천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식으로 말한다면 말씀이 있기 그 이전이겠지요. 동양의 마음은 출발선이 없습니다. 돌고 돌고 돌아갈 뿐입니다. 운명의 수레바퀴도 함께 돕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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