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철회 기간, 1개월로 단축해야
“사재기·집단 반품 차단하고 다양한 상품 취급 가능”
다단계판매업계가 현행 방문판매법상 3개월로 규정된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판매원 보호’라는 취지로 유지돼 온 제도가 오히려 사재기와 집단 반품을 조장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집단 반품’ 후원수당 환수 문제로 번져
인터넷 쇼핑몰(전자상거래)‧할부거래의 경우 7일,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는 14일 이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의 경우 제품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3개월이라는 청약철회 기간을 부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12년 방문판매법 전문개정 전에는 다단계판매의 구성요소에 ‘소매이익’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판매원은 회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뒤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어서 판매원들이 팔지 못한 재고를 반품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은 것이다. 그러나 2012년 방문판매법 전부개정으로 다단계판매의 요건 중 하나였던 ‘소매이익’이 삭제됐다. 이때부터 다단계판매는 ‘제품판매’가 아닌 ‘사람장사’ 방식의 영업으로 변질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청약철회 기간은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면서 일부 판매원들이 대량 구매로 후원수당을 챙긴 뒤 집단 반품을 반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급된 수당을 환수하려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영세업체의 경우 사실상 환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모 업체의 대표는 “매출액의 30%에 달하는 대규모 반품사태를 겪은 적이 있지만, 소송절차‧시간‧비용 때문에 후원수당 환수는 포기했다”며 “대부분 업체가 한 달 단위로 마감을 하기 때문에 1개월의 청약철회 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약철회가 이뤄지면 기업은 3영업일 이내에 판매원에게 대금을 환불해야 해서 악의적인 반품이 발생한다면 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집단 반품 사태가 발생했을 때 택배비를 회사가 부담하는 것도 현장의 혼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택배비를 다단계판매업체가 부담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몇몇 업체의 경우 이러한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데다 온라인 쇼핑몰 등은 기업의 과실이 없다면 소비자가 택배비를 부담하게 돼 있어 이와 혼동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일부 업체는 반품 시 택배비 부담 주체를 놓고 판매원과 분쟁을 겪었으며 공정위, 지자체 등에 택배비와 관련된 민원이 접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택배비 비용을 판매원에게 부담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월드종합라이센스는 지난 2005년 1월 1일부터 2006년 4월 28일까지 48명의 다단계판매원이 요청한 반품에 대해 반품 비용 17만 9,000원을 공제한 후 환불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위 심결에 부쳐졌고, 공정위는 “재화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을 소비자 또는 다단계판매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판매원들조차 “3개월은 과도해”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줄일 경우 업계의 취급 상품 다양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행상품이나 농축수산물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은 3개월의 반품기간을 보장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간을 1개월로만 줄여도 업계에서도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1년 만에 다단계사업을 접은 어반플레이스(여행), 2년간 영업한 노블제이(농축수산물)를 근거 사례로 들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줄이면 업체뿐만 아니라 공제조합 입장에서도 담보기간이나 반품 발생 측면에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판매원들 역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 리더 사업자는 “지금은 대부분 회사 홈페이지나 앱으로 직접 제품을 주문하고 물건도 택배로 받는다. 판매원은 단지 소개‧교육‧상담 역할만 한다”며 “청약철회 기간도 1개월이면 소비자와 판매원 권익 보호에 충분하다.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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