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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가성비로 불황 뚫자!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09-18 16: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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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인해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가성비(價性比)라는 말처럼 무조건 저렴한 걸 찾는 게 아니라 그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마음 심(心)자를 써서 가심비라는 말도 파생됐다고 한다.

물론 오로지 저가 상품만 찾는 현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단순히 ‘싼 것’을 찾는 게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내구성, 품질, A/S, 브랜드 신뢰도가 보장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라고 판단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1만 원을 주고 6개월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보다 10만 원을 주고 10년을 쓸 수 있는 상품을 산다는 의미다. 

특히 다단계판매업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강/뷰티 분야처럼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가성비 제품의 경우 지출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한 다단계판매의 매출액은 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을까? 

과거 다단계판매업체의 제품은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은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한마디로 위에서 언급한 가성비 상품에 부합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업계의 제품을 카피하는 사례가 점차 누적되면서 다단계판매 제품과 품질이 웬만해진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품질만 내세워서는 지금의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몇몇 다단계업체가 기존 업체의 제품을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엇비슷하게 만들어 사업에 나섰다가 좌초하는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계의 사례는 애터미다. 애터미는 오프라인 마켓, 전자상거래 업체, 홈쇼핑 등과 비교해도 더 좋은 품질과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애터미의 대표제품인 헤모힘은 초기에는 한 상자(60포)에 77만 원의 값에 팔렸다. 이후 애터미가 판매를 시작하면서 제조사 콜마비앤에이치와 협의를 통해 제품값을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품질에 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협력사의 부정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례로 애터미에 치실을 납품하던 모 업체는 작은 부정을 저지르다 거래 관계가 끊겼다. 치실의 길이가 50m짜리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 길이를 측정했더니 47m였기 때문이다. 

애터미는 ‘제품이 좋고 싸면 어디서든 통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성공을 전 세계로 펼쳐나가고 있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이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애터미의 연결기준 감사보고서상 매출액은 2024년 1조 2,0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특히 2024년 영업이익은 1,7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다이소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성비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통업체다.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산업과 합작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한국 기업 아성HMP 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1,000원 균일가’로 잘 알려진 다이소는 중소기업 및 해외 제조업체와의 직거래, 대량생산·대량구매로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생활잡화, 문구,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 미용·위생용품, 계절상품 등 약 3만 종 이상의 제품을 취급한다.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2024년 매출은 3조 9,6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12억 원으로 42% 늘었다.

다단계판매업계에서도 이제 가성비 상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등록 다단계판매원 중 후원수당을 받은 비율은 2010년 29.4%에서 2015년 20.4%, 2024년 16.7%로 크게 줄었다. 판매원으로 등록해 물건을 회원가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다단계판매 시장이 점차 소비자 중심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과거에는 소위 말해 ‘리더’들이 주류였던 산업이어서 큰 타격이 없었으나, 소비자형 판매원이 증가하면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게 됐다. 

현재도 몇몇 업체 중에는 품질도, 적정 가격도 무시한 채 조악한 제품을 앞세워 사람만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러한 업체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난다면 다단계판매를 경원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고가의 내구재 대신 생필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고 수준 높은 제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당장의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이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역설이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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