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주권정부, 공정거래위원회에 바란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
1. 특수거래 분야도 AI와 디지털 기술의 시대를 반영하여 전면 개정해야 한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1992년에 제정된 이후 1995년, 2002년 그리고 2012년 등 3번에 걸쳐 전부개정되었다. 지난 13년여 동안 전 세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변화·발전하였고, 유통업 분야도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대형마트 등의 오프라인 판매에서 쿠팡 등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었고, 특수거래 분야 역시도 빠르게 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특수거래 분야에 대한 법적 규제는 시간이 멈추어져 있는 상태다. 모든 세상사가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혼자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면 퇴보를 하는 것이다.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내고 변화해야 할 것은 혁신이 필요한 법인데, 지난 10여 년 동안의 유통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특수거래 분야도 변화된 그리고 변화되어야 할 시대에 맞게 따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현행 방문판매법은 판매장소, 판매조직, 판매방법에 따라 규제체계를 취하고 있다. AI와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판매장소’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고, 판매방식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택배 등을 통해 배송을 받는 방식으로 급격하게 변화되었고, 판매조직도 예전처럼 밀접한 연고관계 중심에서 권유와 추천을 중심으로 한 이익공유 관계로 변화되었다.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고 비중도 줄어드는 과거의 특수거래 방식에 대하여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지난 13년여 동안의 사회와 기술 변화를 반영하여 단순히 법률 일부 조항이나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임시방편책 보다는 ‘판매방식’과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하여 전문개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2. 방문판매법 전문개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것만큼은 개정해야 한다.
가. 법 제2조 제9호에서 ‘거래실적’을 ‘판매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1) 다단계판매원 본인이 다단계판매업자에게 구매한 실적에 대하여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것에서 ‘사행성’을 비롯한 많은 문제가 시작된다. 2012년도 방문판매법 전문개정으로 인해 더 이상 ‘소매이익’은 다단계판매의 구성요소가 아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단계판매원은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재판매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는 유통과정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다단계판매원이 자기소비의 목적으로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소위 ‘캐쉬백’ 차원의 포인트 또는 회원 할인을 적용하면 충분하다.
(2)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매한 것에 대해서도 후원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 수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①다단계판매원이 더 많은 후원수당을 지급받기 위하여 사재기를 하는 유인이 되고, ②특정 기간에 직급을 유지 또는 승급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구매를 하게 되며, ③불필요한 사재기 또는 대량 구입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다음 달 또는 다다음 달에 대량으로 청약철회를 하게 되어 다단계판매원과 다단계판매업자 사이에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④다단계판매원이 3개월 내에 청약철회 조차 하지 못하게 되면 대량으로 구매한 상품이 집구석 어디에 쌓여있게 되던가 아니면 오픈마켓 등에 저렴하게 할인판매가 되어 해당 상품에 대한 유통거래 질서가 왜곡되기도 한다.
(3) 2012년 8월 전부개정 이전에는 법 제2조 제7호 후원수당 정의 규정 중 나목에서 “다단계판매원 자신의 재화 등의 판매실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12년 8월 전부개정시 제2조 제9호 후원수당 정의 규정 중 가목에서 “판매원 자신의 재화 등의 거래실적”이라고 변경함으로써 다단계판매원 본인의 구매실적에 대해 후원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다단계판매업자들은 판매원 본인의 구매실적에 대해서는 후원수당 지급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폐해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거래실적’을 ‘판매실적’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4)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회사로부터 재화 등을 대량 구매하는 이유는 대부분 승급을 해서 후원수당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사재기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사행성 있는 후원수당, 후원수당 수취 후 의도적인 대량 반품, 판매되지 않는 재화 등을 온라인플랫폼에 판매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피해 등등)가 명백하므로 이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나.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단축해야 한다.
(1) 다단계판매원에게만 3개월이라는 청약철회 기간을 부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12년 방문판매법 전문개정 전에는 다단계판매의 구성요소에 ‘소매이익’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 ‘소매이익’이 생기기 위해서는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매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재판매를 해야 한다. 즉, 다단계판매원은 상품 재고를 준비해 두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직접 교부하거나 택배 등을 통해 배송해 주어야만 했고, 만일 다단계판매원이 구매했던 상품이 판매가 되지 않으면 반품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했기에 3개월이라는 청약철회 기간을 규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3) 그러나 2012년 방문판매법 전부개정부터 다단계판매의 구성요소에서 ‘소매이익’이 삭제되었으므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기 위해서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반드시 구매할 이유가 소멸되었고, 코로나19부터는 다단계판매에서도 대부분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재화 등을 구매하고 다단계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해 주고 있는 상황이 보편화되었다. 이와 같이 기술의 변화와 유통과정이 변화된 현실을 감안하면,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을 전제로 한 청약철회 기간에 대해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4) 특히,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이유는 대부분 후원수당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이므로,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현재의 청약철회 기간을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다단계판매원의 청약철회 기간이 3개월로 인정됨으로 인해 복잡한 법률문제와 회계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단위가 15일 또는 한 달을 기준으로 하므로 재화 등을 구입한 이후 한 달 이후에 청약철회가 이루어질 경우 이미 지급한 후원수당의 재산정과 환불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다. 공개되는 정보가 왜곡되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1) 방문판매법 제2조 정의 규정 또는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Ⅲ. 3. ‘거래유형별 공통사항’에 소비자와 다단계판매원의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소비자형 판매원과 영리활동형 판매원을 구분하여 소비자형 판매원은 소비자로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후원수당의 정의 규정 중에서 ‘거래실적’을 ‘판매실적’으로 개정함으로써 판매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판매원은 소비자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2)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 7. 30. 발표한 보도참고자료 “2024년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 공개”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 수는 687만 명이고, 다단계판매원 중 한 번이라도 후원수당을 지급받은 경우는 약 115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등록된 다단계판매원 687만 명 중에서 약 16.7%인 약 115만 명만 후원수당을 한 번이라도 받았고 나머지 약 572만 명(약 83.3%)은 후원수당을 받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매년 정보공개가 이루어질 때마다 자기소비 목적으로 재화 등을 구입한 판매원을 포함시키게 됨으로써 정보의 왜곡 현상(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 중 상위 1% 미만 판매원은 1인당 연간 평균 7,016만 원을, 상위 1~6%의 판매원은 1인당 연간 평균 721만 원을, 상위 6~30%의 판매원은 1인당 연간 평균 80만 원을, 나머지 70%의 판매원은 1인당 연간 평균 8만 원을 수령)이 발생하고 있고, 후원수당 자체를 받지 못한 전체 등록 판매원의 572만 명이 포함되어 통계가 작성되게 된다는 점에서 정보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3) 위와 같은 정보공개는 다단계판매업 현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라.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도 개정되어야 한다.
(1)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2025.6.17.자로 일부개정해서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한 사항을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중 ‘Ⅲ. 일반사항’에서 규정한 내용에 대해 우리 법원은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행정규칙이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Ⅲ. 2.의 ‘가. 적용범위’ 중 (2)는 보험업법상의 보험계약에 대해 적용제외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법 제3조 제2호는 이미 2021. 12. 7. 개정되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금융상품판매업자와 같은 법 제3조에 따른 예금성 상품, 대출성 상품, 투자성 상품 및 보장성 상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거래”로 변경되었으므로 법의 개정에 맞추어 변경되어야 함에도 아직 변경되지 않고 있다.
(3)「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Ⅲ. 1.의 마 ‘계속거래’ 및 5. ‘계속거래·사업권유거래 적용사항’에서 계속거래의 유형으로 “학습지, 결혼정보, 스포츠센터” 외에 최근 분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피트니스 센터 등과 구독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특히 AI 기술과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인하여 구독서비스의 유형과 형태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구독서비스가 계속거래에 해당한다는 사실 및 소비자의 해지권과 환불 조건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4)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Ⅳ. 권고사항’ 중에는 방문판매와 관련하여 위탁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오히려 후원방문판매에 대해서는 위탁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없다. 최근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하고 후원방문판매업자들에게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후원방문판매에만 적용되는 내용들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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