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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발 바꿔 봅시다 “쫌”

  • 기사 입력 : 2025-09-18 16: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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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흥망성쇠는 언제나 변화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한때 필름 카메라의 제왕이던 코닥은 디지털 혁명을 외면한 대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휴대전화의 대명사였던 노키아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변곡점을 읽지 못해 시장의 변두리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의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는 스트리밍 시대를 부정하다가 결국 넷플릭스의 반면교사가 되고 말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변화가 눈앞에 와 있음에도 기존의 성공 방식에 안주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의 다단계판매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이들 사례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건강식품과 화장품이라는 전통의 상품군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다단계판매업체 제품이 더 낫다”는 말 한마디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모바일 커머스, SNS 기반 추천 소비, 라이브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미 새로운 표준이 되었고, 소비자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비에 최적화돼 가고 있다.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체험을 공유하고, 스토리를 공유하는 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구시대적 설명회, 복잡한 보상플랜, 지인 강매식 영업에 의존한다. 

이대로라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코닥이 필름의 알량한 이익을 지키겠다고 버티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통째로 놓친 것처럼, 다단계판매는 ‘전통적 영업 방식’이라는 안락한 껍질 속에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다. 

노키아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해 애플과 구글의 전리품이 된 것처럼, 다단계판매 또한 플랫폼과 디지털 전환을 외면한다면 노인들만 옹기종기 모여앉은 지하방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편한 가입 절차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품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델을 고집한다면 매출 하락은 피할 수가 없다. 다단계 위기설이 처음 불거진 이후 지속적으로 요청된 것이 바로 변화다. 그때로부터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음에도 대한민국의 다단계판매업계는 아직도 그대로다. 

이대로라면 젊은 세대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며, 기존 회원들 또한 이 바닥에 남아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사회적 신뢰를 잃은 산업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수축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체의 고용, 관련 생태계, 나아가 직접판매라는 유통 방식 자체가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히고, 외면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업계가 살기 위해서는 변화의 물결에 과감하게 올라타야 한다. 블록체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스라치던 구태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강물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무형의 서비스 상품(여행, 교육, 웰니스, 디지털 콘텐츠)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소비자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일에만 급급하던 시절에는 생활용품이 주력상품이 되는 게 합당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체험하고 경험하기를 원하는 시대다. 왜 유튜브와 인스타와 페이스북 등등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겠는가? 경험을 나누고 최소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경험의 시대다. 누추한 길가에 서서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사람인지 동물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 처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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