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마케팅, 원료 경쟁이 시장 판가름
원료 스토리로 신뢰 부여하는 ‘파이토뉴트리언트’ 시대

2010년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화두는 전달 기술이었다. 아무리 좋은 원료도 피부 속 깊숙이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리포좀(Liposome)’과 같은 나노 전달 기술이 각광받았다. 영양 성분을 인지질로 감싸 안정성과 흡수율을 높인 리포좀은 고가 세럼과 기능성 화장품의 대표 기술로 자리 잡았다. 건강기능식품에서도 나노 캡슐이나 마이크로에멀전 같은 전달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차별화가 업계 전반에 보편화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은 이제 “어떤 기술로 전달하느냐”에서 “무엇을 전달하느냐”로 옮겨가게 됐다.
리포좀에서 파이토뉴트리언트로
최근 업계의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다. 파이토뉴트리언트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최근 이 용어를 활용해 특정 기능성 파이토뉴트리언트를 확보하고 개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식물성 원료와 그 자체의 힘, 나아가 원료의 출처, 순도, 임상 근거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뜻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는 건강, 안전, 투명성을 더욱 중시하게 되었고, 단순히 기능을 내세운 제형보다 원료의 출처와 검증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원료의 독창성과 차별성이 소비자 신뢰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원료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체 농장을 운영하거나 원산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방식으로 원료의 추적성을 강화하고, 개별인정형 원료를 개발해 독점적 시장 지위를 노린다. 또한 ‘클린 라벨’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해 원료의 윤리적 가치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 기능성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신뢰를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업체들은 이미 파이토뉴트리언트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한방 브랜드 ‘후’와 ‘숨37°’를 통해 발효 원료, 희귀 식물 추출물 등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통해 인삼, 자음단과 같은 원료 정체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고, ‘바이탈뷰티’ 브랜드는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엔비티 등 ODM 기업들도 원료 개발 R&D 비중을 늘리며 단순 제조를 넘어 독자 원료 확보를 통해 클라이언트사 차별화에 기여하고 있다.
기능성 넘어 원료로 제품 신뢰 전달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서 암웨이는 일찌감치 이 흐름을 선도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Nutrilite)는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자체 농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씨앗에서 보충제까지’라는 추적 시스템을 강조한다. 농장 운영, 재배 방식, 가공 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전략은 파이토뉴트리언트 시대의 정석으로 꼽힌다.
화장품 브랜드 아티스트리(Artistry) 역시 리포좀과 같은 전달 기술을 병행하면서도 식물성 원료의 순도와 기능성을 함께 강조한다. 기술과 원료가 결합한 복합 전략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원료 스토리가 신뢰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애터미 ‘헤모힘’은 당귀, 천궁, 백작약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개별인정형 원료 자체가 제품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대표적 파이토뉴트리언트 성공 사례다. 헤모힘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출을 견인하는 주력 상품으로 성장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앱솔루트 라인이 원료와 전달 기술을 결합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고기능 식물성 원료를 다양하게 적용하면서 자체 특허 기술을 통해 피부 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원료 프리미엄과 기술력을 동시에 강조하는 국내형 모델로 평가된다.
여기에 리만코리아의 병풀 원료 역시 파이토뉴트리언트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병풀은 피부 재생과 진정 효과가 학계와 임상 연구를 통해 다수 입증된 원료다. 리만코리아는 이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라인을 주력 상품군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일반 병풀 대비 유효 성분 함량이 높다고 알려진 ‘자이언트 병풀(Giant Centella)’을 원료로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자이언트 병풀은 잎 크기가 크고 생리활성 성분 농도가 풍부해 고부가가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리만코리아는 이를 단순한 보조 성분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 원료로 포지셔닝하며 파이토뉴트리언트 시대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더클라세움과 댄다코리아는 ‘햄프(hemp)’ 원료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햄프는 단백질, 오메가3·6 지방산, 파이토케미컬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을 함유해 글로벌 시장에서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두 회사는 원료 수입부터 제품화까지의 공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기존 비타민·홍삼 중심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인 ‘스토리 전달력’과 맞닿아 있다. 전달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힘든 상황에서, 농장과 원료, 임상 데이터를 스토리화해 회원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포좀 시대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파이토뉴트리언트 시대는 ‘무엇을 담았는가’의 전쟁”이라며 “이제 원료의 힘을 확보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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