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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 법은 ‘강력’ 단속은 ‘흐물’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02 0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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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위반 약 1만 3천 건…피해는 기업 몫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충제 중심’ 법 체계를 갖춘 나라다. 다른 나라들은 일반 식품을 큰 틀로 두고 그 아래에 보충제 규정을 포함하는 반면, 한국은 일반 식품을 배제하고 건강기능식품에만 초점을 맞춰 법을 제정했다. 이 과정에서 식품과 보충제가 조화를 이루는 국제적 흐름과는 달리, 과도하게 보수적인 관리·감독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허위·과대광고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어, 정식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업체들은 홍보와 마케팅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다국적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신뢰도 제고나 제품 차별성 홍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중고거래 시장 관리 사각지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개인 간 중고거래 시장은 사실상 무법지대에 가깝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두 플랫폼에서 이뤄진 건강기능식품 거래액은 33억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거래 게시물은 약 30만 건, 판매자는 9만 명 이상에 달했다.

문제는 규정 위반 사례다. 해당 기간 적발된 위반 건수만 1만 3,153건으로 의약품 판매(509건), 해외 직구 제품(463건), 개봉 제품 거래(1,792건), 소비기한 위반(608건), 표시사항 미준수 등 기타 사례(8,008건)가 대거 적발됐다.

또 다른 문제는 당근마켓의 모니터링 인력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식약처 단속 인력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안전 관리망이 턱없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국회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 불공정 규제에 ‘이중고’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의 불만을 키운다. 수십만 명의 회원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올리는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은 허위·과대광고를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과도하게 제한된 광고 규정을 지켜야 한다. TV·온라인은 물론 소비자 설명 자료조차 표현 수위를 꼼꼼히 검열받는다.

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표시사항 누락, 개봉 제품 재판매 등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식 사업자는 발목을 잡히고, 오히려 비공식 채널은 무방비로 열려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소비자 안전이라는 정책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와 관련 네트워크 마케팅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청약철회 제도다. 다단계판매의 경우 제품 구매 계약일로부터 무려 3개월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이는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7일), 할부거래(7일),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14일)에 비해 과도하게 긴 기간이다.

문제는 이 규정이 중고거래와 맞물릴 때 발생한다. 예컨대 정식 회원이 회사에서 제품을 구입한 뒤 이를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에서 중고로 판매할 경우, 해당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최종 소비자는 원 판매자인 회사에 책임을 묻는다. 결국, 회사는 제품이 이미 다른 유통 경로를 거쳐 거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내 청약철회와 환불 요구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식 판매망에서 벗어난 중고거래는 품질 보증이 어렵고 보관 상태도 확인할 길이 없는데, 문제가 생기면 결국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정직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회원 판매자와 회사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들이 다이소, 편의점 등으로 건강기능식품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고거래 사이트에 제품이 쏟아지자 네트워크 마케팅업계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호소하고 있다. 서미화 의원 역시 “중고거래 시범사업이 연장된 만큼 소비자 안전 확보와 플랫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며 거래 인증 절차 도입을 촉구했다.

업계는 “정책의 잣대가 정식 유통업체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중고거래 플랫폼도 동일한 수준의 관리·감독을 적용하고, 네트워크 마케팅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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