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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관계의 본질을 재정의하자

  • 유승우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02 0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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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다단계판매산업은 2022년 5조 4,166억 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판매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4조 9,606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매출 5조 원’이라는 상징적인 시장 규모가 깨진 것이다. 반면, ‘올리브영’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4조 7,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다단계판매업계 전체 시장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다. 단일 기업의 매출이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이 현상은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매출 하락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구조적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졌다는 점이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영업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었던 직접판매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자 큰 타격을 입고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 팬데믹이 잠잠해진 이후에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은 회복을 더디게 만들었고, 소비자들은 쓸 수 있는 돈이 줄자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직접판매업계의 주요 품목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업계의 내부적 문제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바로 수많은 판매원들이 여전히 아주 적은 수당을 받는 현실이었다.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들의 연간 평균 수당은 131만 3,000원에 불과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마저도 일부 상위 판매원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간 수천만 원 이상을 받은 판매원은 전체 수령자 중 단 0.15%에 불과한 반면, 수당을 받은 판매원의 70%는 연평균 약 8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소수에게만 허락된 성공은 대다수에게 ‘피라미드’라는 불신의 낙인을 찍었고, 이는 새로운 판매원의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됐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고 합리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는 이러한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불신을 외면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돌파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바로 직접판매업계의 근본적인 강점, 즉 사람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소비한다. 기업의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공유하며, 진정성 있는 관계 속에서 소비를 결정하는 ‘가심비’ 소비가 MZ세대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유명인의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직접 써본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나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더 큰 신뢰를 보냈다.

이러한 변화는 직접판매업계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예부터 관계와 신뢰를 핵심 가치로 삼아왔던 직접판매의 본질은, 이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통적인 판매원을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개인 브랜드’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직접판매원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품 사용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팔로워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담은 콘텐츠로 팬덤을 형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 기반 사업’이 될 것이다.

기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 채널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소비자와 곧바로 연결되는 방식인 D2C(Direct-to-Consumer)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유통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춘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통해 전달하는 직접판매의 강점을 ‘데이터’와 ‘시스템’이라는 도구로 극대화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의 체험 공간이 되고, 온라인 플랫폼이 편리한 구매와 데이터 수집의 도구 역할을 하며, 판매원은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인간적인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올리브영이 이미 선보이고 있는 옴니채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판매 방식의 변화를 넘어선다. 기업은 판매원들을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적인 ‘파트너’로 재정립해야 한다. 이들에게 제품 교육뿐만 아니라 개인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여 소수만이 아닌, 성과에 기여한 모두가 합리적인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업계는 ‘다단계판매는 피라미드’라는 오명을 벗고, 판매원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판매원들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한 지지자가 된다. 직접판매업계는 기술과 사람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신뢰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이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뿐 아니라, 미래 상거래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도전이 될 것이다.

 

유승우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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