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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장기이식, 인간 생명 연장의 꿈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02 0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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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지난 9월 생명과학계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67세 환자가 6개월 동안 투석 없이 생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이종장기이식 사례 중 가장 긴 생존 기록으로, 단순한 임상 실험을 넘어 인류의 의학사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종장기이식은 과연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꿈의 기술’이 될 수 있을까? 


이종장기이식이란?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란 말 그대로 동물의 장기나 세포, 조직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인간 간의 장기이식(allotransplantation)은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혈액형·면역형·연령 등을 맞추는 과정이 필수적이고, 실제 기증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기 시간이 길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이종장기이식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 동물의 장기를 인간 몸에 맞게 변형함으로써 ‘무한한 장기 공급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돼지는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 기능이 인간과 유사하고, 번식력이 뛰어나며 사육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돼지는 오랫동안 이종장기 연구의 최적 모델로 꼽혀왔다. 과거에는 거부 반응과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지만, CRISPR-Cas9 같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의 등장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돼지 장기에서 인간이 거부하는 항원을 제거하고, 반대로 인간 유전자를 삽입해 면역 친화성을 높이는 시도가 현실화되면서 이종장기이식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의학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3년 기준 4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신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가장 많고, 평균 대기 기간은 무려 7년을 웃돈다. 

하지만 뇌사 장기 기증자는 같은 해 483명에 불과했다. 장기 기증률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만성 신부전, 간부전, 심부전 같은 질환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부전 환자는 일주일에 23회, 회당 35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한다. 언제 기증자가 나타날지 기약도 없고,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장기이식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수많은 환자에게 ‘생명을 위한 유일한 희망’으로 비친다.


미국, 기술적 돌파구를 열다
올해 1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투석 없이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6개월 경과 결과, 환자는 합병증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 중 가장 오래 생존한 기록이다.

이 장기는 미국 바이오기업 이제네시스(eGen­esis)가 개발했다. 연구팀은 돼지 신장에서 인간이 거부하는 3개의 항원을 제거하고, 염증과 출혈 위험을 줄이는 7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했다. 또 돼지 내 잠재적 바이러스 전이를 막기 위해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자를 제어하는 편집까지 포함, 총 10개 이상의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졌다. 이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최초의 모델”로 평가된다.

호주 시드니대의 웨인 호손 교수는 “돼지 신장이 인간 몸속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한 것은 놀라운 성과이며, 만약 12개월까지 생존한다면 이는 곧바로 ‘의학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이종장기 연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2014년에는 형질전환 돼지와 영장류 간 췌도 이식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221일간 생존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기술적 수준에서 세계와 크게 뒤처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사회적 인식이 아직 미흡하다. 이종장기 연구는 윤리적 논란이 많아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쉽게 진출하지 못한다. 둘째, 회수 기간이 길어 투자 유치가 어렵다. 신약 개발보다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의 선호도가 낮다. 셋째, 제도적 장벽이다.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상 동물 장기의 인간 이식은 금지돼 있어 임상 적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2023년 이후 이종장기 연구를 위한 국책사업 지원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바이오·제약업계의 ‘무한대 블루오션’
과학이 아무리 앞서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상용화가 어렵다.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 축소와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인식 변화의 조짐도 있다. 2024년 국내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이종장기이식 치료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장기 부족의 절박한 현실을 체감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필요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제네시스는 첫 번째 돼지 신장 이식 임상을 위해 약 1억 9,1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자들이 이종장기이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종장기이식이 상용화된다면 신장, 간, 심장 등 주요 장기 이식 시장이 곧 ‘무한대 블루오션’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신장 이식 수요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건에 달하는데, 기증자 부족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수요가 막대하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장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면역 억제제와 함께 통합 패키지 치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장기 이식 환자는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면역학적 불확실성, 바이러스 전이 위험, 윤리적·종교적 논란, 법적 제약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신장 이식 분야에서 제한적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신장은 수요가 많고, 상대적으로 이식 성과를 모니터링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후 간, 심장, 폐 같은 복잡한 장기로 연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규모는 잠재적으로 수십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이종장기이식은 단순한 의료 기술이 아니라 미래 의료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혁신”이라고 전망한다.

이종장기이식은 단순한 의학적 시도가 아니라 장기 부족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돼지 신장이 인간 몸속에서 1년 이상 생존한다면 이는 곧바로 상용화 논의로 이어질 것이고, 인류는 새로운 생명 연장의 길을 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전성, 윤리성, 제도적 기반 마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만 비로소 ‘꿈의 치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이 위대한 도전은 결국 과학 기술과 사회적 합의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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