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 활발…한국은 왜 안할까?
“제품군 중복, 어려운 조직 융화, 회계 불신 등이 문제”

글로벌 직접판매업체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경우 건강식품, 화장품으로 제품군이 겹치고, 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커 인수합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7일 미국 직접판매기업 비다디비나(Vida Divina)는 고비(GOVVI) 인수를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진지노는 지난 9월 25일 트루비 인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진지노는 앞서 VMA라이프(2020년), 인핸즈(2022년), 젤리스·ACN유럽(2024년), 저비타·발렌투스·에코시스템(2025년) 등의 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 이외에도 샤크리는 지난 5월 모데어를, 허벌라이프는 지난 3월 프로투콜, 프루빗, 링크 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인수해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처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는 이유는 해외진출, 제품 개발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을 흡수하면 빠른 제품 라인업 확장과 신규 사업자 및 소비자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암웨이‧뉴스킨‧유니시티‧시너지 등 성공사례 잇따라
실제로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외연을 확대한 사례도 있다. 암웨이는 1972년 뉴트리라이트를 인수해 세계 1위 직접판매기업으로 성장했고, 뉴스킨 역시 1998년 건강식품 브랜드 파마넥스, 2011년에는 유전자 과학 전문 기업 라이프젠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웰니스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유니시티는 합병 후 탄생한 회사로, 사업자와 임직원이 의기투합해 성장을 이룬 케이스다. 이 기업은 1903년 미국에서 시작된 ‘렉솔(Rexall)’ 약국 체인으로 출발했다. 렉솔은 2000년 로얄누미코에 인수된 후 2001년 엔리치와 합병을 거쳐 유니시티로 재탄생했다. 당시 로얄누미코는 유니시티를 통해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으나, 내부 직원과 사업자가 회사의 판권을 사서 기업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니시티는 2003년 로얄누미코로부터 경영권을 완전히 독립했고 이후 한국, 태국 등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며 입지를 확보했다.
NSP는 지난 2000년 시너지월드와이드를 인수했고, 시너지월드와이드는 합병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성장하며 지속적인 글로벌 확장을 해왔다. 한국에서는 NSP코리아가 2004년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로 전환했다. 당시 보상플랜 전면 변경 등으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재정비 이후 매출이 성장하면서 체질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로 다른 강점을 결합해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니오라의 ACN코리아 인수다. 니오라는 지난해 1월 ACN코리아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니오라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ACN은 통신, 렌탈, 방역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이다. 서로 다른 핵심 역량을 결합한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니오라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본사는 한국 시장을 전략 거점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본사 임원진이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9월 단양에서 열린 ‘석세스 워크숍’에서는 11월 정식 출시 예정인 ‘네오필 세럼’이 공개되며, 이번 신제품이 니오라의 한국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네오필 세럼은 미국에서 5개월치 물량이 5일 만에 완판된 제품이다.
“내가 위야 아래야”…상하 관계에 민감, 인수합병 걸림돌
외국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사업전략으로 활발하게 활용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인수합병보다는 기업의 양수도가 활발한 편이며 오히려 경영자와 사업자, 임직원 간의 갈등으로 인해 두 개의 기업으로 쪼개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한국에 지사를 둔 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최근 잇따라 실패하면서 회의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모나비를 인수하며 주목받았던 주네스는 이후 라코르, 그린웨이글로벌, 벨로비타 등 여러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수차례 발표했으나 모두 결실 없이 끝났고 결국 한국에서 철수했다. 장고를 인수한 지자인터내셔널, 지자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아이사제닉스, 월드벤처스를 인수한 시크릿다이렉트 역시 사업자들의 강한 반발 속에 한국 사업을 접었다.
모 국내 업체 대표는 “해외 같은 경우에는 여행, 금융, 청소 등 상품군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 간의 결합이 원활하지만 건강식품, 화장품이 대부분인 한국은 제품군이 겹치기 때문에 인수합병 시 사업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또, 미국은 스폰서가 많아지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많아진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내 위에 누가 생기느냐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경영진도 똑같다. 대표이사를 누가 맡느냐 문제에 감정 소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은 상장사 비중이 높아 주주 중심 경영이 가능하지만, 국내 기업은 대부분 오너 지분율이 높아 인수합병 자체가 쉽지 않다”며 “재무제표 상태가 정확하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아서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점도 합병의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정체 국면에서는 인수합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은 등록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인수합병이 활발해졌고, 업체 수는 줄었지만 시장 규모는 커졌다”며 “다단계판매업계가 시장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시기에 들어선 만큼 각자 생존을 모색하기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끼리 구조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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