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넘지 못한 유통망 사각지대가 된 강원도
지리적 한계와 산업 구조가 만든 사각지대
직접판매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경부선을 타야 사업이 뜬다”는 말이 회자된다.
서울과 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선 축을 따라 주요 도시의 인구 밀집과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다단계판매 기업 본사 대부분은 서울, 경기, 대전, 대구권에 집중돼 있고 활발한 판매조직 또한 수도권과 영남권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반면 강원도는 직접판매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다단계판매업체 중 강원도에 주소를 둔 업체는 이롬헬스케어 단 1곳 뿐이다. 그마저도 본사는 원래 서울에 있었다가 2024년 중 횡성으로 이전했다. 이는 강원도의 직접판매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인구와 지리 구조, 물리적 한계
강원도는 전체 면적의 82%가 산악지대다. 인구 밀도는 전국 최저 수준이며, 130만 명의 인구가 원주, 춘천, 강릉 등 일부 도시에 분산되어 있다.
판매원 간 대면 접촉과 교육, 조직 세미나 등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 직접판매업 특성상 이러한 지리적 구조는 치명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점 확보에 필요한 비용 대비 효율이 낮고, 물류 및 이동 접근성도 떨어진다.
실제로 최근 한 외국계 업체가 강원도에서 행사를 개최했지만, 참석자는 다른 지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리적 한계가 크다. 강원도에서 직접판매 조직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직접판매업은 지역의 산업 구조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마산, 창원, 포항, 거제, 여수, 군산 등 지방 산업도시는 공단을 중심으로 한 직장 커뮤니티가 활발해 지인 중심 영업이 잘 이루어진다.
반면 속초, 강릉, 제주처럼 관광 중심 도시는 인구 이동이 잦고 지역 내 신뢰 네트워크가 약해 직접판매 정착이 어렵다.
이 같은 패턴에서 강원도는 산업도시도, 소비 대도시도 아닌 중간지대다. 전통적 제조업 기반이 약한 대신 관광과 농축산업이 중심이어서 ‘지속적 구매층’ 확보가 쉽지 않다.
한 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직접판매가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직장인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강원도는 직장과 소비 거점이 분리돼 있다. 구조적으로 조직이 뿌리내리기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숫자가 말하는 강원의 시장 부재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KDSA)가 발간한 ‘2024 연차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강원도의 ‘직접판매 공백’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는 총 120개이며, 이 중 서울이 82개(68%), 경기가 16개(16%)로 수도권에만 84% 이상이 집중돼 있다. 그 외 대구(4%), 부산(3%), 대전(2%) 등 경부선 주요 도시들이 뒤를 잇는다. 반면, 강원도는 단 1개사(1%)에 불과하다.
후원방문판매업 통계에서도 양상은 다르지 않다. 전국 4,572개 업체 가운데 경기 34%, 서울 10%로 수도권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충청과 영남권이 그 뒤를 이었다. 강원도는 142개사로, 전국 비중이 3.1%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모두 서울과 경기 중심의 ‘수도권 집중화 구조’가 뚜렷하며, 이는 강원 지역의 사업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강원 지역은 물류, 인력, 교육 인프라의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판매조직이 유지되기 어려운 지역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이 강원을 ‘직판 생태계의 사각지대’로 만든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에는 새로운 기회의 싹이 자라고 있다. 최근 원주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바이오·헬스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춘천에는 식품, 의료,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이 잇달아 입주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중심의 ‘웰니스 소비’가 증가하면서 강원 지역의 고령층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산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판매업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구조가 아니라, 신뢰와 체험 기반의 커뮤니티 산업”이라며 “강원도처럼 인구는 적지만 소비 성향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소규모 체험형 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