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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의료관광 강국이 되었나?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11-07 08: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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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외국인 환자와 그 동반자가 한국에서 진료와 숙박, 쇼핑, 관광 등으로 쓴 금액이 무려 7조 5,039억 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4배 성장한 수치로, 이제 ‘의료관광’은 단순한 진료 방문이 아닌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어떻게 의료관광 강국으로 부상했을까? 그 배경에는 ‘K-의료’의 신뢰, 미용·웰니스의 결합, 정부의 정책 지원, 그리고 팬데믹 이후 달라진 세계 의료 소비 패턴이 있었다.


10년 만에 4배 성장한 ‘의료 한류’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가 제도적으로 허용된 이래, 한국 의료관광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15년 외국인 환자 수는 29만 6,889명, 당시만 해도 대부분이 중국이나 몽골 등 인접국 환자들이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117만 467명이 한국을 찾으며 10년 새 294% 성장했다.

이들이 단순히 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호텔·쇼핑·관광·한방체험 등 복합 소비로 이어진 것이 주목할 만하다.

지출 규모로 보면, 2024년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에서 총 7조 5,000억 원을 썼다. 국가별로는 ▲중국 2조 4,442억 원(1위) ▲일본 1조 4,179억 원(2위) ▲미국 7,964억 원(3위) ▲대만 5,790억 원(4위) ▲몽골 3,055억 원(5위) 순이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중국인 937만 원, 미국인 781만 원, 일본인 321만 원으로 치료비 외에도 숙박·여행·쇼핑을 결합한 ‘프리미엄 체류형 의료관광’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의료서비스가 단순한 병원 치료를 넘어, ‘의료-관광-소비’가 융합된 복합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의료관광의 중심은 여전히 ‘K-뷰티’가 차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외국인 환자의 56.6%가 피부과(70만 명), 11.4%가 성형외과(14만 명)를 찾았다. 외국인 환자 10명 중 7명이 ‘미용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셈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K-피부과 투어’, ‘한류 배우와 같은 얼굴 라인 만들기’ 등 SNS 기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미용의료는 ‘한류소비’의 연장선이 됐다.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제주 등 주요 관광지는 이미 ‘의료+휴양 복합지’로 자리 잡았고, 의료기관 대부분이 통역 서비스, 예약대행, 체류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 재활, 정신건강, 웰니스 클리닉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외국인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한방진료 역시 2024년에만 3만 3,893명이 이용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미용에서 시작된 의료관광이 이제는 ‘힐링’과 ‘장수’를 키워드로 진화하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외국인 환자의 82%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했다. 이는 성형·피부·치과·한방 등 ‘개별 진료 중심’의 구조가 외국인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형병원 중심의 시스템보다 빠르게 가격을 책정하고,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민간의 혁신에서 비롯된 셈이다.

특히 ‘뷰티의료’ 분야는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 유튜브 후기, 다국어 웹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는 이미 ‘세계 미용의료의 메카’로 불리며, 일본 도쿄 시부야나 태국 방콕 시암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디지털 진료와 국가 신뢰
팬데믹은 의료관광산업에 일시적 타격을 줬지만, 동시에 K-방역과 K-헬스케어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한국의 철저한 방역, IT 기반 진료 시스템, 높은 의료 접근성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2021년 이후 외국인 환자 수가 빠르게 회복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11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던 외국인 환자가, 2024년에는 다시 117만 명으로 회복됐다. 의료관광 회복 속도 면에서 한국은 일본, 태국, 싱가포르보다 빠르다. 이는 한국이 팬데믹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한 비대면 진료, 온라인 사전 상담, AI 진단 보조 시스템 등이 정착되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의 장벽이 낮아졌다.

해외 환자들은 국내 입국 전에 이미 진단과 상담을 마치고, 입국 즉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의료관광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된 셈이다.

여기에 의료관광은 단순한 병원산업이 아니라, 보건산업 수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은 이미 의료서비스 수출을 넘어 제약·미용기기·헬스케어 제품으로 연계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국 후에도 K-의료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며, 이는 곧 ‘의료 기반 소비 생태계’로 확장된다.

예컨대 피부과 시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에게는 한국산 화장품, 레이저 장비, 재생크림 등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한국에서 치료받은 후기를 올리는 순간, 그 자체가 ‘K-뷰티 마케팅’이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의료관광은 이제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헬스케어 콘텐츠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의료관광 단순한 산업 아닌
 ‘국가 이미지 산업’
서미화 의원은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관광을 통해 국내경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며 “의료관광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관광은 수도권을 넘어 부산, 대구, 전주, 제주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부산은 치과, 성형 중심, 대구는 피부, 한방, 전주는 의료한옥체험, 제주는 휴양, 웰니스 중심으로 특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관광 거점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의료기관 인증제, 통역 인력 양성, 항공·숙박 연계 프로모션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전문 인력 부족. 외국어 통역, 국제 환자 코디네이터, 의료관광 기획 전문가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 보험·법적 절차의 미비. 외국인 환자 대상 의료사고 보상체계나 국제보험 연계 시스템이 아직 초기 단계다.

셋째, 지역 간 격차. 서울·부산 중심의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의료관광이 진정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분산형 의료관광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의료관광 경쟁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태국은 치과·성형·건강검진을 중심으로 ‘메디컬 시티’를 조성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정밀의학과 항노화 분야를 결합한 ‘웰니스 허브’ 전략을 펼친다. 일본은 온천·요양·장수테마와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슬로우 메디컬 투어’로 차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의료관광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이미지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미 의료기술, 인프라, 디지털 헬스 역량 면에서 세계 상위권에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의료관광이 단순한 외화벌이가 아닌, 사람과 기술, 문화가 융합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때, 비로소 한국은 진정한 의미의 ‘의료관광 강국’으로 불릴 것이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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