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세계 외교·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다
Weekly 유통 경제

경북 경주시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글로벌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확정되고, 관세 협상도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며, 엔비디아는 한국에 최신 그래픽처리장치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8번째 ‘핵잠수함’ 보유국 되나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 막혀 수십 년간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권한 등 두 과제를 푸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튿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30년 묵은 안보 과제로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해 번번이 좌절됐던 핵잠수함 도입이 하루아침에 가시화한 것이다.
핵잠수함 건조 필요성은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4,0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했지만, 일부 언론에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핵잠수함 도입 허용을 미국 측에 타진했지만, 미 국방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최대 난제로 꼽히는 핵연료 공급 문제를 풀면서 세계 8번째로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현재 핵잠수함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는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2030년께 보유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핵잠수함 도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국방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범 정부 사업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대형 잠수함 설계 ▲동력기관인 소형 원자로 개발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 등 해결할 과제가 많아 관련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핵잠수함 연료로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군사적, 평화적 목적’에 국한된 기존 한미 원자력 협정과는 별도로 새 협정을 맺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군사적 목적의 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이라는 관문도 넘어야 한다.
핵잠수함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불린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F-21 사업의 총 사업비는 개발비(8조 1,000억 원)와 양산비(8조 4,000억 원)를 합해 16조 5,000억 원이다. 막대한 비용에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것은 기존 디젤 잠수함에 비해 작전 수행 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삼성·현대 3인의 깐부 회동…‘성공적’
지난 10월 30일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회동을 벌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날 밤 무대에 올라 사업적 동반 관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보여줬다. 이 장면을 본 산업계는 물론이고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미래차 등 세 가지 분야에서 확실한 전환점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선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편입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젠슨 황 CEO 방한을 계기로 단숨에 HBM3E, HBM4, GDDR7 등의 공급 사업자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 공급자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제치고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두 곳이 차세대 HBM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또한 젠슨 황 CEO 방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총 26만 장 확보, 우선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GPU를 활용해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동차·제조·반도체·통신 등 주요 산업의 AI 개발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정부는 최대 5만 개의 GPU를 배치해 기업과 산업의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삼성과 SK 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최대 5만 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 개의 GPU를 도입한다.
엔비디아 측은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의 전체 AI GPU 수량은 6만 5,000개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가 될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우선 GPU를 할당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GPU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로 ‘RTX 6000 시리즈’도 일부 혼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추산으로 GB200의 가격이 대략 3만~4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 공급 규모는 10~14조로 추정된다.
산업계는 확보한 GPU로 AI팩토리, 피지컬AI 개발에 매진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 산업에 맞춘 ‘AI팩토리’를 구현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제조AI 클라우드’, 네이버는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피지컬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의 피지컬AI 플랫폼은 엔비디아와 공동개발하는 것으로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 산업현장의 AI 활용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00억 분할 투자로 극적 타결
장기 교착 상태이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극적으로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총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이뤄진 끝에 최대 쟁점인 대미 현금 투자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하되 연간 200억 달러로 상한선을 긋는 선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았다.
지난 7월 30일 개괄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때 우리 정부가 생각한 ‘5% 이내 현금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비슷한 처지인 일본보다 ‘선방’한 측면이 있고, 통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어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직접 투자 규모는 후속 협상 과정 중 최대 쟁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중 5% 안에서 현금 투자를 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을 당시 미국 측에 밝혔고, 이는 비망록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일본과 경제 규모 차이, 원화와 기축통화인 엔화의 위상 차이 등까지 고려했을 때 일본식 투자안을 받을 경우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임박 때까지 미국은 8년간 매해 250억 달러씩 총 2,500억 달러를 투자하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이 이에 난색을 보이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APEC 계기 관세 협상 성과 도출은 어렵다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극적 돌파구는 김정관 관세 협상의 전면에 있던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간의 ‘핫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한 러트닉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던 중 김 장관과 마지막 스마트폰 ‘문자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김 장관은 “연 200억 달러 이상은 불가”라는 최후통첩 문자를 보냈고, 러트닉 장관이 이를 받기로 하면서 당일 정상회담 개최 직전 돌연 타결 쪽으로 기류가 급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는 일본과 유사한 현금 투자 방식으로 하게 됐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할당됐다.
2,000억 달러(약 285조 원)는 2026년도 예산안(728조 원)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 등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일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되면서 사실상 5,500억 달러 규모의 ‘백지수표’를 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 관광 중심 도시로 거듭나다
경북 경주시가 APEC 성공 개최로 관광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APEC 개최를 통해 얻은 국제적인 위상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문화·관광의 다보스’로 도약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APEC은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경주를 명실상부한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이자 글로벌 관광도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한 역사적인 분수령이 됐다. 또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내세우며 다른 국제회의와는 차별화된 문화 외교의 장을 선보였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 정상 배우자들의 불국사·석굴암 등 신라 유적지 방문,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월정교에서의 한복 패션쇼 등이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경주의 대표 음식인 황남빵을 비롯한 K-푸드는 물론 K-뷰티, K-의료 등의 소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 가치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 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APEC 개최로 인한 경주의 총 경제효과는 약 7조 4,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이 중 단기 직접 효과는 3조 3,000억 원이며, 관광·소비 등 중장기 부가가치는 4조 1,000억 원이다.
또 경주를 넘어 인근 포항 지역 등으로 ‘낙수 효과’가 나타나며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실제 포항 영일만항에 대형 크루즈 선박이 해상 호텔로 활용, 포항시 역시 ‘APEC 성공 기원 불꽃&드론쇼’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APEC 열기를 공유하고 경제적 활기도 도모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이후에도 시민의 힘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평화·문화·경제가 만나는 세계도시 경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APEC을 계기로 도시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화백컨벤션센터(HICO)를 중심으로 한 국제회의복합지구(GGCC)를 기반으로 각종 국제회의와 산업포럼을 상시 유치할 계획이다.
정상들에게 K-뷰티를 선보여
K-문화 중 세계적으로 가장 호평을 받는 K-뷰티도 APEC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에게 선물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CJ올리브영은 자사가 엄선한 K-뷰티 패키지(The Best K-Beauty Selection)가 각 회원 정상에게 공식 선물로 제공했다.
올리브영의 K-뷰티 패키지는 ▲스킨케어 ▲메이크업 ▲퍼스널 케어 등 K-뷰티 주요 카테고리에서 총 17종의 상품을 엄선해 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윤조에센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토리든, 조선미녀 등 유망 중소·인디 브랜드까지 폭넓게 포함해 K-뷰티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패키지 디자인은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를 상징하는는 신롸 금관과 전통 매듭에서 영감을 받아, 원목 소재와 자개를 활용한 디자인을 통해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를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LG생활건강도 ‘더후 환유고’를 글로벌 정상들의 배우자를 위한 선물로 준비했다. 더후 ‘환유고’는 30년 장생하는 산삼의 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스킨 롱제비티(피부 장수) 연구 철학을 담은 하이엔드 안티에이징 크림이다. LG생활건강은 각국 정상 배우자들을 위한 ‘국빈 세트’ 20개를 준비해 최고급 시그니처 크림인 ‘환유고’와 ‘환유 동안고’를 담았다.
특히 배우자 선물함은 서울특별시 무형유산 제1호 칠장 수곡(守谷) 손대현 장인이 손수 제작한 ‘국화당초문 나전칠기함’으로 마련해 품격을 더했다. 한국 궁중 문화에 대한 경의를 담은 더후의 브랜드 철학과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환유 라인의 지향점을 대표적 궁중 예술 공예인 나전칠기로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한 전 세계 주요 기업 CEO를 위한 선물로도 더후 환유고 54개를 제공했다. 이 중 LG를 비롯한 국내 재계 상위 10개 기업 수장들과 엔비디아 젠슨 황 CEO에게는 특별히 손 장인이 만든 나전칠기함에 환유고를 담아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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