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사설> APEC 명장면

  • 기사 입력 : 2025-11-14 08: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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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경주시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대성공으로 끝나면서 대한민국 외교도 완전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비롯, 한미, 한중 정상 회담 등 명장면으로 기록될 만한 성과가 적지 않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중요하고 또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뉴질랜드 총리와 뉴이미지헬스사이언스코리아(유)(이하 뉴이미지코리아) 박용재 대표의 만남이었다. 다단계판매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고만고만한 장면 중의 하나에 불과했겠지만 업계의 종사자에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충격이기도 했다.

우리 업계의 열등한 의식으로는 어떻게 다단계판매업체의 지사장을 한 국가의 총리가 만나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저 만나서 악수만 한 것이 아니라 뉴이미지라는 다단계판매업체의 행보를 평가하고 또 응원하는 메시지를 낸다는 것이 실제상황인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 상황은 아마도 온 국민이 다단계판매를 부정적으로만 대하는 시선에 익숙해 있었던 게 원인이었던 듯하다. 뉴질랜드 국민과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그저 기업가와 정치가의 만남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단계판매업체와 정치가의 만남으로 바라보는 바람에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 얼마간의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나라의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국내 다단계업체의 지사장을 만나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환담을 나눌 수 있을까? 일단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왜냐하면 공연히 다단계판매업 관련자와 엮여서 구설수를 초래할 수도 있을 테고, 뭔가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다단계판매업 종사자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다단계판매가 바람직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저지르는 바람에 정치가도 언론도, 일반 시민들도 경원하는 업종이 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다단계판매가 부정적으로 비치게 된 것은 종사자들의 실수도 원인이기는 하지만, 관련 정책의 실수와 관련 공무원의 관리 능력 부족이 초래한 측면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다단계판매업체는 반드시 공제조합에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을 지배해 온 탓에 합법적인 업체들까지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적으로 해석되거나 오해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공제조합 가입이 이뤄지지 못해 금전적 손해는 물론 인격적인 피해까지 겪은 사례 또한 이어져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업무 편의에 따라 공제조합을 사실상 하급 기관처럼 다루며 민간단체에 과도한 영향력을 부여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고, 때로는 조합 임직원들 역시 예기치 않은 부담을 떠안으며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뉴이미지코리아의 지사장과 뉴질랜드 총리의 만남을 목도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다단계판매기업의 경영자, 정치인과 다단계판매원이 백주대낮에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는 장면을 단 한 번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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