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기반으로 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가는 길
Interview |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정병하 이사장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정병하 이사장이 만장일치로 연임을 확정했다. 지난 10월 29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제2차 임시총회에서 회원사들은 정병하 이사장의 지난 2년간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1년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2023년 12월 11일 취임한 그는 ‘회원사 지속 성장 기반 마련’, ‘소비자 피해 예방 강화’, ‘업계 신뢰도 제고’, ‘조합 운영의 고도화·효율화·전문화’라는 4대 중점 과제를 제시하며 조합 운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 보호가 사업 경쟁력
“우리 산업은 신뢰로 시작해 신뢰로 완성됩니다.”
정병하 이사장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신뢰’다. 그는 2023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회원사 성장 기반 마련 ▲소비자 피해 예방 강화 ▲업계 신뢰도 제고 ▲조합 운영의 고도화·효율화·전문화라는 4대 중점 과제를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먼저 손에 쥔 키워드는 ‘신뢰도 제고’와 ‘소비자 보호’였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어야 산업이 성장합니다. 반대로 불법 업체가 기승을 부리면 합법적인 회사들까지 의심받게 되죠.”
그는 다단계판매산업을 ‘오해받는 산업’이라 표현했다. “법적으로 등록된 회사들은 누구보다 소비자 보호 의무가 강합니다. 그런데 불법 조직이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가 같은 눈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죠.”
그렇기에 지난 2년 동안 그는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에 집중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접판매공제조합 등과 손잡고 소비자 피해 예방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다각화했다. 매체 홍보, SNS 콘텐츠,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며 ‘건전한 직접판매’의 의미를 알렸다.
“소비자 권익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업계 신뢰도 제고의 첫걸음입니다.”
‘혁신’으로 불신을 바꾼 통합 전산시스템
그가 이끈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조합의 디지털 혁신이었다.
그는 “기존 전산시스템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가로막는 벽이었다”고 회상한다. 조합 가입, 공제료 산정, 출자금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가 여전히 수기와 방문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건 조합이 1990년대식 행정 틀에 갇혀 있다는 의미였어요. 바꾸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하지만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유사한 레퍼런스가 없었고, 모든 프로세스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회원사가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조합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1년여의 개발 끝에 완성된 통합 전산시스템은 조합의 체질을 바꾸어 놓았다. 회원사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가입과 공제 신청, 매출 신고, 공제금 접수까지 원스톱 전산 처리가 가능하다.
“예전엔 단순한 오류 하나로 서류가 쌓이고, 직원들이 밤새 수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끝나죠. 회원사 편의성 향상은 물론, 투명성과 공정성까지 강화됐습니다. 이제 조합 운영의 효율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병하 이사장은 시스템 혁신으로 절감된 비용을 다시 업계로 돌려줄 계획을 세웠다.
“전산화로 행정비용이 줄었습니다. 그 자원을 회원사와 업계를 위한 국제교류, 교육, 지원 프로그램으로 재투자할 것입니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행사는 2026년 인천에서 열릴 직접판매세계대회다. “이 무대는 한국 회원사들이 세계 시장에 자신을 알릴 기회이자, 해외 기업에게 우리 조합의 신뢰 시스템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협력해 회원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킹과 법제 비교 연구를 통해 성장 기회를 넓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는 단지 보증기관이 아닙니다. 업계의 성장 파트너이자, 세계 무대에서 함께 경쟁할 동반자입니다.”
규제완화와 불법근절, 신뢰성
다단계판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과도한 규제’와 ‘불법 피라미드’라는 양극의 문제다. 정 이사장은 이 두 과제를 “서로를 보완하며 병행해야 할 숙제”라고 본다.
“지금의 다단계판매 제도는 산업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재화가격 제한, 후원수당 지급기준 등 합리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끊임없는 설득과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하죠.”
그는 규제완화를 위해 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공정위에서도 최근 우리 업계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규제혁신 기조에 맞춰 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해야 합니다.”
한편, 불법 피라미드 근절에도 단호하다. 조합이 운영 중인 신고포상제는 점점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 신고 건수가 늘었지만, 중요한 건 사법 집행의 실효성입니다. 수사기관과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해, 불법 행위자에게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끝에는 조용한 확신이 묻어 있었다.
“정도를 지키는 회사가 인정받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시장의 미래입니다.”
정병하 이사장은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산업환경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3위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입니다. 이 말은 우리 업계가 이미 세계적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조합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가 유지되고, 신뢰가 있기에 시장이 성장한다”며 “이제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역할을 확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팬데믹 이후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사를 생각하며 정병하 이사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 아닙니다. 용기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언제나 불안정했습니다. 하지만 늘 해결책은 우리 안에 있었어요. 한 걸음씩, 용기 있게 나아가면 희망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언제나 회원사와 소비자 곁에서 동행할 것입니다. 신뢰를 지키는 일, 그것이 곧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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