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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紙 피즈닷오알지, 다단계판매산업 왜곡 논란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5-11-19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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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로비 의혹’과 ‘사기 프레임’으로 산업 전체 매도

영국령 맨섬(Isle of Man, UK)에 본사를 둔 영어권 온라인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피즈닷오알지(Phys.org)가 지난 11월 10일 ‘다단계판매산업이 로비 단체의 자금으로 과학 연구를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가 빈약하고 합법적 직접판매산업 전체를 불법 피라미드로 몰아가는 왜곡된 프레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근거 없는 ‘로비 의혹’ 주장
피즈닷오알지는 라드바우드대학교(Radboud University)의 클라우디아 그로스(Claudia Groß)교수와 뉴저지칼리지(The College of New Jersey)의 윌리엄 킵(William Keep)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MLM(다단계판매) 관련 연구의 다수가 업계 로비에 의해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문이 제시한 ‘로비’의 근거는 단순히 학자가 직접판매교육재단(Direct Selling Education Foundation) 등의 단체와 협력했다는 수준에 불과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즈닷오알지의 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는 ‘다단계판매’와 ‘불법 피라미드’를 동일한 개념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합법적인 다단계판매는 정상적인 제품과 판매 실적 기반의 보상 등을 갖추고 있지만 불법 피라미드는 수익만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차이가 있다.


“업계 현실 반영 안돼…논리 비약 심해”
클라우디아 그로스 교수와 윌리엄 킵 교수는 “과학적 연구가 다단계판매사업 모델을 평가하는 데 있어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두 연구자는 “네트워크 마케팅사업은 허벌라이프나 타파웨어 같은 회사와 연관된다”며 “사람들은 독특한 제품이나 교육 과정을 수강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회원을 모집해야만 큰 돈을 벌 수 있으며, 대부분의 참여자는 결국 돈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마케팅 연구에 있어 MLM업계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클라우디아 그로스 교수는 “우리가 검토한 68편의 논문 중 40편에서 저자들이 MLM 업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며 “어떤 경우에는 로비 단체의 지원을 받았고, 어떤 경우에는 직접판매교육재단과 같은 로비 단체에서 추가적인 직책이나 펠로십을 받았다. 이러한 펠로십의 정확한 성격은 항상 명확하지는 않지만, 항상 상당히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담배 제조업체 로비와 유사하다. 담배 제조업체들은 수년간 위탁 과학 연구를 통해 담배의 위험을 축소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백해무익한 담배와 생필품을 다루는 직접판매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처음부터 부정적인 산업이라고 결말을 내놓고 연구를 하면 부정적인 면만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산업 전체를 부정하는 ‘선택적 사례’
두 연구자는 연구를 위해 다단계판매 관련 법률 출판물 33건과 유명 마케팅 저널의 출판물 68건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법적 위험 8가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두 연구자는 “MLM 참여자와 조직은 실제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모로 피라미드식 판매 구조로 되어 있다”며 “판매할 수 없는 제품과 수익이 거의 없는 서비스에 돈을 쓴다. 주로 다른 사람들을 모집하여 돈을 벌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판매로 아무것도 벌 수 없는 경쟁자들을 모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직접판매산업은 유럽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여전히 매출과 종사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 기여도 또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판매세계연맹(WFDS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직접판매산업 종사자는 1억 291만 명에 달한다. 중장년층, 경단여성, 워킹맘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어 단순한 부업 수준을 넘어선 고용 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규모다.

여기에 직접판매산업이 원료, 제품 생산부터 개발, 포장, 운송, 폐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직·간접 고용을 유발하고, 국가 세수 확대와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 자체를 일률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 힘을 얻는다.


“탁상공론에 불과…음모론에 가까워”
피즈닷오알지의 기사 내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두 대학의 교수가 발표한 학문적 연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계나 실증 데이터가 전혀 없는 문헌 해석형 리뷰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즈닷오알지는 이를 인용하여 “연구자들이 밝혀냈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제 과학 저널리즘 윤리 강령(World Federation of Science Journalists, WFSJ)’ 중 1번과 2번, 14번 조항에서는 “보도와 의견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기자는 정확하고 검증된 정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과 “모든 과학 보도는 신뢰할 수 있는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과학적 전문성과 검증된 출처를 기반으로 보도의 틀을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피즈닷오알지의 보도는 해당 원칙과 배치된다.

또한, 해당 논문은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에 불과함에도, 피즈닷오알지는 이를 마치 실증된 과학적 결과처럼 다루며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교수가 기존에 공개된 자료만으로 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 음모론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직접판매교육재단(DSEF)과 WFDSA는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으며, 한국마케팅신문이 이메일로 의견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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