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바이오가 재편한 2025년 의약품 시장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글로벌 제약산업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전통적인 ‘합성의약품 중심’ 구조가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바뀌고, 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의 속도와 방향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중이다. 여기에 비만·대사질환 치료제의 폭발적 성장, 중국 제약기업의 약진, 고령화 대응 치료제의 확산이 맞물리며 시장의 무게중심이 전 세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1조 5,736억 달러(한화 약 2,312조 원)에서 2025년 1조 6,635억 달러(한화 약 2,444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2조 3,700억 달러(한화 약 3,48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으로 커진다. 이 가운데 고분자 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 성장률은 연 11.5%로, 저분자 의약품(2.9%)을 압도하며 ‘바이오 중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고분자 의약품의 부상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약시장은 합성 화학 기반의 저분자 의약품이 주도했다. 정제나 캡슐 형태의 경구약, 화학합성으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치료제들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제 주인공은 단백질, 항체, 세포, 유전자 등 ‘생물학적 물질 기반’의 고분자 의약품(Biologics) 으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신약 승인 후보는 총 69개로 예상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고분자 계열이다. 항체치료제, 펩타이드 의약품,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기술집약적 제품들이 성장의 중심에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다.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와 미국의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주도하는 이 시장은 올해에만 700억 달러(약 95조 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마운자로(Mounjaro), 젭바운드(Zepbound) 등이 대표적이다.
이 약물들은 단순히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질환·신장질환·간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차세대 복합제인 ‘카그리세마(CagriSema)’는 체중 20% 이상 감량 효과를 보이며 기존 치료제를 능가했다. 향후 몇 년 내 ‘비만+만성질환 통합 치료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존의 합성 의약품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저분자 화합물과 혈장유래 치료제 중심으로 연평균 5%대의 완만한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의 확산도 저분자 시장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키트루다(Keytruda), 휴미라(Humira) 등의 특허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어서, 제약사들은 제형 변경, 복합제 개발, 적응증 확장 등으로 ‘특허 절벽’을 돌파하려 애쓰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신약개발 임상 3.5년 단축 전망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평균 10~15년, 2조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그 공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신규 임상시험의 50% 이상이 AI, 특히 생성형 AI(GenAI)를 활용해 설계와 운영을 최적화할 전망이다.
AI는 임상 데이터를 학습해 가상환자 데이터를 합성(synthetic data)하고, 최적의 환자군을 예측하며, 임상 프로토콜을 자동으로 구성한다.
그 결과, 임상개발 기간을 평균 3.5년 단축하고 개발비용의 최대 50%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90% 이상이 GenAI에 투자하고 있으며, AI 기반 임상시험 시장은 이미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 효율 향상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중심 맞춤의학(Precision Medicine)’의 초석을 놓고 있다.
이제 AI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의 분자 구조를 예측하며, 부작용을 미리 탐지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이 과정에서 생명정보학, 유전체 분석, 시뮬레이션 기술이 융합되며 ‘디지털 제약’ 생태계가 탄생했다.
AI가 임상시험뿐 아니라 환자 맞춤 치료 설계에까지 관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료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시장을 바꾸는 두 축, M&A와 중국의 부상
AI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글로벌 제약 M&A(인수·합병)의 재가동이다. 2024년 금리 인상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바이오 M&A 시장은 2025년 1,500억 달러 규모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완화, 정책 지원, 대형 제약사의 유동성 축적이 맞물리며 자본이 다시 ‘혁신’으로 흐르고 있다.
상위 20~25개 제약사는 총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M&A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단기 매출 창출이 가능한 후기 임상(3상) 단계 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일라이 릴리는 스콜피온 테라퓨틱스(Scorpion Therapeutics)의 유방암 치료제 STX-478을 인수했고, 존슨앤드존슨은 인트라-셀룰러 테라퓨틱스(Intra-Cellular Therapies)의 항우울제 Caplyta를 확보했다. AI, 면역, 신경질환 등 고부가 영역을 중심으로 M&A가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축은 중국의 약진이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25%를 점유하며, 특히 CAR-T 세포치료제와 ADC(항체-약물 결합체) 기반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CAR-T 임상시험 700건, ADC 후보물질 400개 이상이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R&D 효율성과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덕분에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ADC CDMO 시장 규모는 25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Lonza), 보에링거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고활성 의약품(HPAPI) 생산라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해 ADC 원료의약품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항암제 생산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제약산업의 판은 ‘폐쇄형 경쟁’에서 ‘개방형 협력(Open Innova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가 독점하던 시장이 스타트업, AI 기업, CDMO, 학계와의 협업으로 다층화되는 것이다. 미래의 제약 경쟁력은 더 이상 규모가 아니라 ‘민첩성(agility)’과 ‘기술 적응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의약품은 더 이상 ‘병을 낫게 하는 화학물질’이 아니다. 데이터, 기술, 협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산업의 언어가 되고 있다. 의약품의 개념이 바뀌고, 제약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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