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
흔히들 위기(危機)라는 말을 위험과 기회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거라고 해석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기회 속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돌아봐도 위기를 위기로만 인식했던 국가와 기업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갔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국가와 기업들은 번성하고 번영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수많은 실직자와 노숙자를 양산하면서 국가가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동안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후진적 국가 체질을 선진화할 수 있었다.
특히 정부가 가공할 경제 위기 속에서도 추진한 초고속 인터넷망 투자 결정은 훗날 한국을 IT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출발점이 되었다. 암흑 속에서도 미래 산업의 ‘줄기’를 심은 결정이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 에너지 구조 개편이라는 대전환을 선택했고, 중국은 2003년 사스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금융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충격과 전염병 확산은 역설적으로 이들 국가의 산업 체질을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가 가져온 일시적 혼란 속에서 미래 경제의 방향을 읽어낸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위기와 극복의 서사가 더욱 뚜렷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레고는 방만한 사업 영역을 정리하고 본질적 경쟁력을 재정의하면서 세계 최대 완구 기업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애플은 회사 운영 자금이 고작 90일 치만 남은 절체절명의 순간, 제품 라인을 네 가지로 단순화하며 기업의 중심을 다시 세웠고, 넷플릭스는 기존 사업을 스스로 해체하고 스트리밍에 올인하는 선택으로 콘텐츠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위기를 새로운 질서의 탄생으로 바라본 이들 기업의 방식은 위기의 징후가 농후한 오늘의 다단계판매업계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한국의 다단계판매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으며, 그 원인으로 지목된 리쿠르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말은 산업 구조 전환과 영역 확장이라는 과제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 이렇다 할 처방은 내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조건은 용기다. 변화해야 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행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단 하루 차이이므로 하루를 더 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말이다.
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위기 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모두를 갈라놓을 뿐이다. 준비된 국가와 기업은 위기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열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과감한 투자, 본질로의 회귀, 조직의 단순화, 선제적 확장에 대한 용기가 없다면 위기가 곧 사형 선고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단이다. 다시 한번 변화의 지도 위에 서서, 우리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 세울지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위기 시대를 돌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