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기업 LG그룹에서 근무하던 이세형 회장은 조직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였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길 위에 서 있었지만, 그는 1989년 ‘직접판매’라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접한 이후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안정보다 가능성을, 직위보다 사람을 택한 결정이었다. 대기업 커리어를 내려놓고 뛰어든 직접판매 현장에서 그는 사람 중심의 사업 방식으로 최고직급에 오르며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 중심의 구조와 국내 시장의 문화적 현실 사이에서 분명한 한계도 마주했다. 이 경험은 좌절이 아닌 질문으로 이어졌다. ‘한국 실정에 맞는 직접판매 모델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탄생한 기업이 바로 앤알커뮤니케이션(NRC)이다.
통신과 직접판매의 결합, 시대를 앞선 선택 이세형 회장이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주목한 것은 IT 기술의 확산과 개인 통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었다. 마침 그가 창업을 구상하던 시기는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던 출발점과 맞물려 있었다. 1998년을 전후해 두루넷, 하나로통신, KT 등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화했고, 2002년에는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인터넷은 생활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 일러스트: 노현호 이 변화의 과도기에서 이 회장은 ‘통신과 직접판매의 결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자석요, 옥장판 등 조악한 제품이 시장을 판치던 시절, 통신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파격에 가까웠다. 특히 주류였던 후불요금제가 아닌 선불요금제를 선택한 결정에는 명확한 판단이 담겨 있었다. 직접판매 구조와 결합했을 때 가장 지속가능한 상품은 ‘매월 재구매가 발생하는 서비스’라는 확신이었다. KT 선불요금제와 네트워크 판매 방식을 접목하기 위해 그는 수년간 현장을 누볐고, 약 7년에 걸친 도전 끝에 1999년 ‘나라콤’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모델은 단순 요금제 판매를 넘어 정기적 재구매 구조를 갖춘 새로운 통신 유통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대기업 중심의 통신 시장 구조에 안주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상품과 요금제 개발에 집중한 끝에 2013년 MVNO 사업자 ‘앤텔레콤’을 선보였고, 이는 오늘날까지 NRC의 안정적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경영 이세형 회장이 말하는 직접판매의 본질은 분명하다. ‘교육을 통한 자기 복제’. 상품을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보고, 교육을 통해 회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직접판매에서 발견한 가장 큰 가치다.
NRC는 이 철학을 실제로 적용했다. 창업 초기부터 이 회장은 회원들을 직접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나누며 사업 방향을 공유했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해 왔다. 형식적인 설명회가 아닌, 가족과 식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쌓인 신뢰는 회사와 회원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힘이 됐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리더 사업자뿐 아니라 초기 사업자들과의 만남 역시 꾸준히 지속되며, 사람 중심 네트워크의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NRC가 ‘회원제 직접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수한 제품을 회원에게 제공하고, 교육과 신뢰를 통해 자생적으로 유통망이 확장되는 구조. 이는 이세형 회장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경영 철학의 실체다.
기본과 원칙으로 쌓아 올린 100년 기업의 그림 더 나아가 NRC는 자체 R&D 역량 강화를 위해 셀인바이오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고부가가치 생물소재를 개발해 화장품과 건강식품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 ‘앤보임(NVoim)’, 필리핀 현지 NVEC(NVoim English Corporation) 인수를 통한 글로벌 확장 역시 경쟁력 강화라는 같은 맥락에 있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물류센터는 NRC의 유통 철학을 상징한다. 전국 배송이 가능한 입지, 실시간 주문 관리 시스템,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적용한 물류 구조는 ‘사람 중심 유통’을 기술로 뒷받침하고 있다.이세형 회장이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원칙은 단순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 NRC는 지금까지 축적해온 경험 위에 혁신을 더해, 합리적인 소비문화와 지속가능한 유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업’,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100년 기업’. 이는 이세형 회장이 걸어온 길 그 자체이자 NRC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