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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피라미드, 종말의 카운트 다운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12-19 0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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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사업자도 엄중 처벌”…달라진 사법 잣대

불법 피라미드 가담 정도가 비교적 낮은 사업자에게도 중형이 선고되거나 잇따라 사법처리 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불법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사건에서는 대부분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고 임직원, 대표사업자 등에게만 실형이 선고됐지만,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 사업자나 지역 센터장들은 가담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무죄로 풀려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지면서 불법 피라미드에 가담하고 있는 이들과 잠재적 가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하위사업자 징역 10년 받아도 이상치 않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검사 이정화)1128일 휴스템코리아 이상은 회장을 포함한 회사 간부와 플랫폼장 등 69명을 기존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에 더해 사기,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 피해액은 당초 알려진 11,942억 원에서 33,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수 역시 기존 10만 명에서 약 2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는 회원모집을 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른바
플랫폼장들도 포함됐다. 특히 플랫폼장 2명은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다른 업체에서 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7~18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얻기도 했다. 이들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당초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유사수신 위반 혐의에 대해 별도로 수사를 진행했고 이후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액과 피해자 수가 확대된 것이라며 유사수신과 사기 혐의가 추가되면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고, 피해자 범위가 달라지면서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사기와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될 경우 징역 10년형이 선고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하위 플랫폼장 가운데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브이글로벌 사건에서 대표사업자에게 징역 6년형이 선고된 것과 비교해 보면, 처벌 수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렌벨캐피탈 무죄선고 뒤집은 대법원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코인 다단계업체의 사업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판단을 내린 사례도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16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렌벨캐피탈 모집책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해당 사업자가 원금이나 약속된 고수익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투자금을 받아낸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전에서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하면서
50여 명의 하위투자자를 관리했고 렌벨캐피탈에 코인을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주고 10개월 뒤 코인이 오른 가격으로 정산해주겠다2019년 피해자들로부터 4,607만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하위사업자에 대해 사기죄 성립 요건인 기망행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궁지 몰린 불법 피라미드
코인, 여행 다단계도 처벌받길
이 같은 판결이 잇따르는 이유는 검경의 단속 강화,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9월부터 내년 131일까지 보이스피싱, 불법 피라미드, 유사수신 등 다중피해 사기에 대한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범인검거 등 공로자 보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불법 다단계 관련 보상금 한도를 5,000만 원까지 상향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에 다중피해범죄 집중수사팀을 설치하고, 무등록 다단계 사기와 유사수신 등 조직적 범죄를 전담 수사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범죄수익이 은닉·세탁돼 피해 회복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해 초기 단계부터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보이스피싱
,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특정사기범죄의 범죄수익을 강력히 환수할 수 있는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이 지난 11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특정사기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회복을 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가 범죄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했고, 범죄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의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범인이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의 출처가 불명확해 범죄수익이 의심되더라도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몰수·추징이 기각되고, 해당 재산은 결국 범인에게 귀속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여기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전면 개정해
300억 원 이상 피해를 유발한 조직적 사기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50~300억 원대 피해 사건도 최대 17년 징역형이 가능해졌으며, 형식적인 공탁만으로 감형을 받던 관행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 기준은 올해 7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과 정부 기조를 보면 최상위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불법성을 어느 정도 인지한 채 가담했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최근 활개치는 코인이나 여행 등을 내세운 무등록 다단계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처벌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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