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궁지에 몰리는 불법 피라미드
불법 피라미드와 유사수신 범죄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표자와 임원, 조직 최상위 인물에게만 형사책임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그 구조를 떠받친 하위사업자들까지 처벌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담 정도가 낮다’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던 관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최근 검찰과 법원이 보여주는 판단은 불·탈법이 만연한 테헤란로를 향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불법성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회원 모집과 투자 권유에 관여했다면, 센터장, 그룹장은 물론이고 사기 가담을 획책한 모든 이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법 다단계 사건에서 하위사업자에게도 중형이 선고되고, 하급심 판사의 온정적인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판단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죄를 재는 저울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대 중반 수조 원대 피해를 낳은 브이글로벌 사건이다. 당시에도 전국 단위의 센터장과 상위 모집책들이 조직을 확장했지만, 상당수 하위사업자들은 “구조를 몰랐다”,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그사이 피해는 확산됐고, 유사한 수법의 코인·플랫폼형 피라미드가 연이어 등장했다. 회사 관계자와 최상위 사업자에게 한정했던 사법부의 저울과 잣대가 오히려 범죄의 재생산을 허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법부는 이제 조직의 위계보다 행위의 실질을 본다.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자금을 모집했다면, 그 자체로 기망이며 범죄라고 이제야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최상위가 아니다’라는 궁색한 변명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한다.
제도적 환경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검경의 특별단속,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한 법 개정, 사기 범죄 양형기준의 대폭 상향은 불법 피라미드에 더 이상 도망칠 공간이 없음을 보여준다. 형식적인 공탁이나 책임 회피 전략으로 감형을 기대하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특히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여행 다단계 또한 가혹한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외에 그동안 불법 조직의 단골 메뉴였던 코인, 플랫폼 등을 내세운 신종 유사수신과 무등록 다단계는 이 변화의 정면에 서 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각종 사기 행각들은 기술과 트렌드라는 포장지만 바뀌었을 뿐,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가담했다는 주장도 이제는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렵고, ‘몰랐다’라는 말도 더 이상 변명이 아니다.
불법 피라미드는 개인의 탐욕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침묵과 방관, 그리고 ‘설마 괜찮겠지’라는 집단적 안일함이 이를 키워왔다. 사법부의 방침이 달라지면서 불법 조직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요행’의 범위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상위만 아니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에 불과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사법의 방향은 분명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시장과 참여자들의 각성이다. 불법 피라미드의 종말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완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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