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푸드 수출 지원에 나선 이유는?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K-푸드가 다시 한번 국가 전략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글로벌 K-푸드 수출 확대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K-푸드 수출 21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단순한 수출 목표 제시를 넘어 식품안전, 규제, 인증, 통관까지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
이미 K-푸드는 한류 확산과 함께 ‘잘 팔리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각국의 식품안전 규제와 인증 기준, 비관세장벽은 더 이상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K-푸드 수출 확대에 전면적으로 나선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제 K-푸드는 민간의 개별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단계에 진입했고, 식약 규제를 포함한 제도 대응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K-푸드의 다음 과제는 ‘규제 대응’
K-푸드 수출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통적인 한식 이미지에 더해 간편식, 건강 지향 식품, 트렌디한 패키지가 결합되며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은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바로 ‘국가별 식품 규제’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식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규제가 훨씬 복잡하다. 원료, 첨가물, 표시 문구 한 줄이 수출 여부를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건강 이미지가 강조된 제품일수록 기능성 표현, 영양 강조 표시, 원료 효능 설명 등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이번 전략에서 정부가 K-푸드를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식품안전 체계와 규제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이다. K-푸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이 바로 이 지점이다.
수출 경쟁력의 핵심 요소는 ‘식약 정보’
정부 전략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키워드는 ‘식품안전 규제’와 ‘정보 공유’다. 이는 식약처를 중심으로 해외 식품첨가물 기준, 잔류농약 허용치, 표시·광고 규정, 인증 절차 등 식약 관련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많은 수출 기업들은 “규정을 몰라서 문제가 생겼다”고 토로해왔다. 실제로 해외에서 통관이 지연되거나 제품이 반송되는 상당수의 사례는 품질 문제가 아니라 규제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동일한 성분이라도 국가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다르고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 역시 제각각이다.
이번 전략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약처와 관세청, 외교부가 협력해 주요 수출국의 규제 동향을 신속히 공유하고, 법령 개정이나 기준 변경 사항을 조기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수출 단계에서의 대응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규제를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 신설
수출 현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담 중 하나는 ‘정보의 분산’이다. 인증은 여기, 통관은 저기, 식약 규정은 또 다른 기관을 찾아야 하는 구조는 특히 중소기업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K-푸드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를 신설한다. 상담 창구를 일원화하고, 관계부처 간 핫라인을 구축해 수출 기업의 애로 사항을 보다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 허브에는 식약 관련 규제 상담 역시 핵심 기능으로 포함된다.
주목할 점은 비관세장벽을 단순 민원 차원이 아닌 ‘전략 과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국가별, 유형별로 규제 특성을 분석하고, 외교 채널을 활용해 제도 개선이나 해석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접근은 K-푸드를 국가 차원의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전략에서 중동과 EU는 대표적인 핵심 공략 시장으로 제시됐다.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식약 규제를 요구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동은 할랄 인증이 필수적이며, EU는 잔류농약, 식품첨가물, 기능성 표시 기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시장 대응을 위해 할랄식품 수출협의체를 확대 개편하고, 국가식품클러스터 내에 해외수출지원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성분 분석, 알코올 함량 검증, 제조 공정 점검 등 식약 기술 지원이 강화된다. 인증을 ‘받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기준을 이해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구조다.
EU 시장 역시 고부가가치 건강식품을 중심으로 전략 품목을 설정한 만큼, 식약 규제 대응이 성패를 가른다. 정부가 수입국 농약잔류허용기준(IT) 설정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는 신선 농산물뿐 아니라, 원료를 사용하는 가공식품 전반의 수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식약처, 규제 기관에서 ‘수출 파트너’로 변화
이번 K-푸드 수출 확대 전략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이다. 식약처는 주요 수출국의 규제·인증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맞춤형 안전 기술 지원과 국제 규제 협력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아태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 등 국제 협의체 활동을 통해 글로벌 기준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국가가 나서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특수식품 등 규제 경계에 있는 제품군은 수출 시 혼선이 잦다. 이러한 분야에서 식약처의 가이드라인과 기술 지원은 기업의 리스크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규제를 ‘관리 대상’이 아닌 ‘수출 전략의 일부’로 전환하는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전략은 K-푸드 수출 확대를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 산업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수출은 마케팅과 유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품 기획, 원료 선택, 제조 공정, 표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식약 규제와 인증 기준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이제 식약 정보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K-푸드를 수출하려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역량이 됐다. 정부가 K-푸드 수출 확대에 힘을 모으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규제의 벽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맛과 트렌드만큼이나 규제 대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식약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K-푸드 수출 확대의 진짜 경쟁은 이미 규제의 영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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