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업체, 지사장 인사 변화 바람
한국 시장 ‘구조 재설계’ 신호탄
외국계 직접판매업계에서 국내 지사장 교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수장을 교체했고, 일부는 교체를 전제로 한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바뀐 국내 직접판매 시장 구조에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건강·면역 관련 수요 확대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경험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 위축과 온라인·구독형 유통 채널의 공세로 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본사 전략과 국내 시장 환경 간 괴리가 커지면서, 한국 법인의 실적 부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사들은 기존의 ‘안정 관리형’ 지사장 대신, 조직 재편과 필드 재활성화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 중인 독일 직접판매기업 ‘나투라 비탈리스’는 영업총괄로 L씨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과거 P사 등 외국계 직접판매기업에서 영업과 조직 운영을 경험한 인물로, 국내 직접판매 시장의 구조와 관행에 익숙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독일 기업 특유의 제품 중심 전략에 한국식 필드 운영 경험을 접목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미 인사를 단행한 곳도 있다. 외국계 직접판매기업 A사는 브랜드·조직 관리 경험을 갖춘 B씨를 새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동시에 영업 총괄에는 필드 중심 경력을 가진 J씨를 배치했다. 실적 회복보다 조직 재가동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외국계 직접판매기업 C사의 P 지사장도 최근 사임하면서, 회사 측은 현재 필드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새로운 지사장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조직 안정화보다 현장 재활성화가 더 시급해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인사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사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이다. 올해 한국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러시아 글로벌 직접판매기업 NL인터내셔널, 지난 2023년 상호가 변경된 P사 등이 주요 관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외국계기업 지사장 자리는 한정돼 있고, 앞으로 새로 들어올 회사는 더 적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사장 교체 흐름의 배경에는 국내 직접판매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위 리더 중심의 대규모 조직 확장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소규모·고정 수요 기반의 안정 운영이 핵심 과제가 됐다. 본사 정책을 전달하는 관리형 지사장보다는 줄어든 필드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실행형 리더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온라인 채널과의 관계 설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라 외국계업체들은 새로운 지사장을 물색할 때 좀 더 젊고 신선한 인물을 찾고 있다. 실제로 직접판매업계 내부에서는 더 이상 ‘온라인 대 오프라인’ 구도가 아닌 두 채널을 병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현장 조직을 동시에 이해하는 지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C사, M사, H사 등 주요 외국계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인사 교체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실적 반등이 지연될 경우 지사장 교체 카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인사들은 이미 본사와 비공식 접촉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사장 교체 움직임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직접판매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며 “2026년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계속 가져갈지, 아니면 관리 대상으로 둘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사장 교체는 그 자체가 해답이라기보다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본사의 판단이 외부로 드러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