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업체 수, 두 자릿수로 돌아가나?
2017년 정점 이후 9년째 내리막…“낡은 규제가 미래 막는다”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유통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다단계판매업계가 유례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단계판매업체 분기별 주요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2017년 정점을 찍고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진지노(트루비), NL인터내셔널, 나투라 비탈리스 등의 신규업체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하락세가 9년째 이어지면서 산업의 존립 기반인 업체 수 자체가 ‘두 자릿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 자릿수 되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단계판매업체의 주요정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당시 등록된 업체 수는 82개 사에 불과했으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마케팅 붐이 일면서 시장은 점차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7년에는 144개사로 최대 수치를 기록했지만, 2018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고, 2026년 1월 27일 기준, 현재 운영 중인 다단계판매업체는 115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대비 20% 급감한 수치로, 업계에서는 “조만간 두 자릿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대착오적 규제에 “창업 고심”
업계에서는 이러한 하락세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제’라고 꼬집는다. 특히 방문판매법이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다단계판매업계의 위기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2023년 기준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일반 기업의 평균 창업비용은 약 2억 6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다단계판매업은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소 자본금 5억 원을 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사무실 임차료, 전산 시스템 구축, 조합 담보금 등을 합치면 실제 창업 비용은 10~2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일반 스타트업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창업이 1억 원 미만으로도 가능한 시대에, 30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는 ‘자본금 5억 원’ 규정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경영자들을 막아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35% 후원수당 상한선’도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족쇄다. 해외 글로벌기업들은 유연한 보상 플랜으로 유능한 마케터들을 끌어모으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35%’라는 천장에 부딪혀 인재 유출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혜택이 많아졌다고 한들, 자본금 5억 원은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큰 규모”라며 “실제로 불법 운영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자본금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조항은 불법 업체를 가려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공제조합이라는 기관이 보증해주니 자본금을 줄여 창업에 부담을 덜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유통 환경과 디지털 변화의 필요성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제휴 마케팅(인플루언서)의 활성화가 또 다른 위협이다. 쿠팡,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들이 로켓배송과 멤버십 혜택을 앞세워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다단계판매업은 여전히 ‘대면 영업’ 중심의 규제 프레임에 갇혀 있다. 특히 SNS를 기반으로 한 ‘세포마켓(Cell Market)’이나 ‘공동구매’ 등은 강력한 할인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대면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 및 비대면 판매 방식을 적극 접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올려두는 소극적인 온라인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닌,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판매 방송 등 다양한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분과 가격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비교 구매하기 수월하다”며 “업계도 변화의 바람을 맞아 최신 디지털 트렌드와 비대면 채널을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사업의 외연을 넓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업계가 반등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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