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직접판매·약국·H&B 경계 붕괴 가속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1-30 08:49:59
  • x

건기식 유통 질서 흔드는 창고형 약국 전국 확산

제주, 부산, 전주, 서울까지 최근 창고형 약국이 전국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며 국내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유통 구조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약국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대형마트형 매장 구조, 박리다매 가격 전략, 연중무휴·심야 영업 등 기존 동네 약국과는 전혀 다른 운영 모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창고형 약국은 다 싸다
지난 119일 제주도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은 약사 3명이 상주하며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 등 약 1,500종을 판매 중이다. 제약사 직거래와 도매상 단순화를 통해 기존 동네 약국 대비 최소 10%, 최대 50%까지 가격을 낮췄다. 고객들은 종이 쇼핑백을 가득 채워 나가는 모습이 일상화됐고, 연중무휴·자정까지 운영되는 영업시간 역시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에 오픈한 메가팩토리 약국


이 같은 모델은 이미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을 시작으로 부산 기장군, 전북 전주, 대구, 광주 등지에서 창고형 약국이 잇따라 문을 열었으며, 서울에서도 대형 점포 개점이 예고돼 있다. 특히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시흥점에 들어설 예정인 메가팩토리 약국’ 2호점은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전문의약품 조제까지 병행할 계획이어서 인근 약국가의 반발도 거세다.

이 흐름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직결된다
. 그동안 약은 동네 약국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산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약국도 가격 비교 대상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약국이 가격 규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기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다.

창고형 약국 확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이 건강기능식품이다
.

기존에는 건강기능식품이
온라인몰·홈쇼핑 약국 기반 전문 상담 채널 직접판매·방문판매 H&B스토어 등으로 분화돼 유통됐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은 이 중 일부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결합하면서 대량 진열·저가 회전·카테고리 쇼핑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약국이라는 신뢰 기반 공간 안에서 가격 경쟁력이 결합되면서
, 소비자는 기존 H&B 매장이나 온라인몰보다 창고형 약국을 가성비 건강기능식품 쇼핑 채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건강기능식품도 이제 전문 상담형 제품에서 대량 소비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사
·브랜드 입장에서 이 변화는 양면성을 띤다. 한편으로는 대형 오프라인 진열과 회전율 중심 판매 구조가 매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저가 라인업이나 대중 브랜드에게는 기존 약국 유통보다 빠른 볼륨 성장이 가능하다.

반면 프리미엄 전략을 취해온 브랜드에게는 구조적 압박 요인이다
. 창고형 약국은 가격 비교를 전제로 한 구매 환경을 강화하기 때문에 기능, 원료, 임상 차별화만으로 고가 정책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프리미엄·전문 특화 브랜드 가성비·대중 소비 브랜드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시험대 오른 직접판매업계
창고형 약국 확산은 건강기능식품이 주력 제품인 직접판매업계에도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으로 직접판매는 대면 상담, 관계 기반 추천, 반복 구매 구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창고형 약국은 이 구조를 부분적으로 잠식한다
. 소비자는 더 이상 판매원을 통해서 전문 정보를 얻지 않아도 약사가 상주한 대형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비교·구매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까지 결합되면서 직접판매의 비탄력적인 가격 구조는 점점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타민
, 미네랄, 유산균, 오메가3 등 일반인들이 즐겨찾는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는 직접판매와 창고형 약국 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창고형 약국이 위협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일부 직접판매기업에게 창고형 약국은 오히려 보완적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오프라인 체험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브랜드가 창고형 약국을 활용해 대중 인지도를 확보하고, 이후 고부가 라인업을 직접판매 채널로 전환하는 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약국의 대형화
, 유통 혁신인가 공공성 훼손인가
창고형 약국 확산에 대해 약사사회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를 최소한으로 상주시키고 제약사 직거래와 도매상 단순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면 의약품 판매 시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약사들도 최소 근무시간만 지켜 인건비를 최소화할 것이다. 의약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은 좋겠지만, 주변 약국은 경쟁에서 도태돼 다 망한다. 그럼 나중에 일반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창고형’, ‘할인’, ‘초저가등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표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약사법은 동네 기반 소규모 약국 모델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대형, 복합, 체험형 약국 모델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조항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등장한
약국 기능을 포함한 H&B 복합 매장모델, 파마스퀘어와 같은 사례 역시 이런 법리적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파마스퀘어는 콘텐츠, 체험, 라이브커머스를 결합한 플랫폼형 모델이라면, 창고형 약국은 가격, 규모, 회전율 중심의 대량 유통형 약국 모델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창고형 약국의 전국 확산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가격 규율 구조를 변화시키고
, 직접판매업계에는 콘텐츠와 솔루션 중심 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약국에는 공공성과 시장 경쟁 간 균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