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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포괄임금제, 공짜 야근의 주범일까?

  • 기사 입력 : 2026-02-06 0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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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괄임금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제도가 실제 노동 현장에서 사라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포괄임금제의 개념, 판례상 기준, 정부 정책 방향, 실무상 유의점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 시 통상임금을 정하고,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하게 되는 경우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가산율을 적용해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사후 정산이 기본이다.

그런데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시간을 사전에 약정하고 일정액을 월급 또는 일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본임금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정액급제), 또는 기본임금을 정하되 일정금액을 고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정액수당제)이 대표적이며, 이는 법률이 아니라 판례를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되어 온 제도이다.


포괄임금제의 요건
판례는 포괄임금제가 명시적·묵시적으로 약정되어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①업무의 성질상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곤란할 것, 나아가 ②포괄임금제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지 않을 것, ③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골프장 내 식당에서 근무하는 봉사원과 조리사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종합병원 수련의의 수직·일직 업무(대전고등법원 2014. 11. 26. 선고 2013나11186판결 (확정판결))에 대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므로 포괄임금제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요양병원에서 야간 당직의로 근무한 의사(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2. 5. 4. 선고 2020가단53530, 2021가단56949 판결 (확정판결)), 2인 1조 형식으로 교대제 근무를 한 경비직 근로자(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9다241516 판결) 등은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업무로 보아 유효하다고 판단되었다.

실무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편의성과 예측 가능성을 이유로 기본임금과 각 수당이 구분되어 지급되는 ‘고정OT’ 계약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2. 12. 19. “공짜야근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 기획감독 실시」 보도자료에서, 이 역시 “공짜 야근”의 원인이 되는 광의의 포괄임금제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이에 대한 행정적 단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최근 정부 논의
정부가 ‘장시간 노동 해소’와 ‘공짜 노동 근절’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그에 따라 포괄임금제 금지를 골자로 한 다수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특히 2025년 7월 천하람 의원 발의안은 포괄임금제(정액급제·정액수당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는 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조건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재까지 발의된 개정안에서 고정OT제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달리 제도 전면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시 사업주의 부담 증가, 과도한 관리로 인한 근로자 반발, 실제 임금 하락 등 현실적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장시간 근로 규제와 근로시간에 대한 적정한 임금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정액급형은 금지하되, 법정 가산수당 이상인지 여부가 판단 가능한 정액수당형은 일정 기준 하에 허용하자는 절충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업무에서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것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입법 여부와 무관하게 고정OT제가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점검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직무별 근로계약서와 내부 규정, 근로시간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혜진 노무사>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www.nosa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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