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단계판매는 왜 원시산업을 자처하나?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는 ‘다단계 밸리’라고 불릴 만큼 다단계판매기업들의 중심지다. 판매원들의 애환을 풍자해 ‘눈물의 테헤란로’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어서 테헤란로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들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합법 업체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조직이 끼어 있었다면, 지금은 대부분의 불법 업체 사이에 가뭄에 콩 나듯이 합법 업체가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불법 업체들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창궐할 수 있었을까?
작금의 상황들을 종합하면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는 쇠퇴하고 있는 반면 불법 업체들은 득세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10년이 넘는 동안 다단계판매산업은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1,000만 명을 헤아리던 판매원 중 약 300만 명, 거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원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단언할 수는 없어도 사라지는 판매원의 대부분은 우리가 임의대로 지칭하는 불법 업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불법 업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판매원 중에는 과거 암웨이나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등 굴지의 글로벌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두각을 나타냈다는 말은 실질적인 능력이 있고 그만한 소득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합법 업체를 떠나 불법 업체로 가야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다단계판매의 재도약을 도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부분은 ‘합법 업체는 돈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가장 쉽고 판에 박힌 반박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름이 날 정도로 활동했던 사람이 과연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수긍하기가 어렵다.
가장 유력하게 짐작되는 원인은 유형의 생필품만이 중심이 된 유통업으로서의 다단계판매는 현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겨우 밥이나 먹고 살던 국민소득 1만 불 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4만 불 시대, 국경과 인종과 산업, 문화 등등 사회 전 분야가 융복합하는 시대상을 반영할 수 없다. 많은 범법자들이 말한다. 자신들은 법을 어기는 게 아니라 앞서 가는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왜 그들(공정거래위원회, 공제조합,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은 굳어 있고 또 죽어 있는 것일까?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판매원들, 정확하게 말해서 국민들이야 죽든 살든 자신들은 먹고살 만하기 때문이다.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권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관리 감독이라는 말을 억압과 규율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나태와 공제조합의 월권과, 자치단체의 실적에 대한 집착이 불법 업체들의 영업을 도와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다스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예의와 염치를 알던 그 시절이 아니다. 굶어 죽기보다는 맞아 죽겠다는 것이 불법 업체의 항변이다. 이 절박한 호소에 누가 답할 수 있는가? 사석에서는 AI를 말하고, 인류의 미래를 논하는 자들이 공적인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이대로 영원히’를 주장하는 바로 그들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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