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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확장이 만든 직접판매산업의 새 공식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2-26 15: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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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해외 진출이 기업 경쟁력 좌우

지난해 화장품산업에서 가장 극명한 대비를 보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두 기업은 모두 한때 중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경험했지만, 2025년 실적은 정반대로 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 확대와 코스알엑스(COSRX) 편입 효과를 바탕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반면, LG생활건강은 중국 소비 둔화와 뷰티 부문 구조조정 여파로 부진을 이어갔다.

이 사례를 단순한 화장품기업 간 실적 비교로만 볼 수는 없다. 현재 구조적 정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직접판매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다변화 여부가 기업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판매업은 산업 특성상 국가별 규제 환경, 유통 구조, 소비자 보호 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전략적 해외 진출과 함께 정책·규제 대응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의존 탈피가 만든 실적 격차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50%를 웃돌던 중국 매출 비중을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약 27%까지 낮추며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대신 북미, 유럽, 동남아 등으로 성장 축을 분산시키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코스알엑스가 민감성 피부와 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중국 매출 비중이 여전히 40%대를 넘는 구조에서 중국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 뷰티 부문 구조조정, 생활용품·음료 부문의 성장 둔화가 겹치며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격차는 단순히 경영 전략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 규제 강화, 크로스보더 유통 관리 강화, 화장품·건강식품 인증 절차의 복잡화 등 정책 환경 변화가 외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 비용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린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화장품·건기식 모두 등록, 허가, 통관, 표시광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단일 시장 의존 전략의 리스크는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애터미·리만코리아, 글로벌 확장 모델
직접판매세계연맹(WFDS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직접판매 매출은 1,6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0.05% 감소하며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성장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 순위에서는 미국과 독일이 1위와 2위를 유지한 가운데 중국이 3위로 올라섰고 한국은 4위로 내려왔다.

구조 변화도 뚜렷하다. 여성 판매원 비중은 70% 이상을 유지하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35세 미만 판매원 비중은 2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55세 이상 판매원 비중은 28%까지 확대됐다. 신규 유입 둔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내수 시장 중심 구조만으로는 산업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내수 시장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국내 직접판매기업 가운데 글로벌 다변화 전략을 가장 일찍 실행한 곳은 애터미다. 애터미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동남아, 중동 등 20여 개국에 진출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특정 국가에 대한 매출 쏠림 현상이 크지 않아, 중국 시장 변동성에도 실적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터미의 전략 핵심은 ▲동일 제품·동일 가격 원칙 ▲본사 직영 중심의 유통 구조다. 여기에 더해 국가별 규제에 맞는 제품 인증, 성분 등록, 표시광고 심의, 보상플랜 구조 검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다는 점이 글로벌 확장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 일본, EU 등 규제가 엄격한 시장에 먼저 안착하면서, 컴플라이언스 기반 글로벌 운영 모델을 조기에 구축한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최근 해외 진출 행보가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리만코리아다.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ICD(구 인셀덤)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한 리만코리아는 미국, 대만, 홍콩, 동남아, 멕시코, 영국 등으로 진출 범위를 넓히며 K-뷰티 기반 직접판매 모델의 글로벌 경쟁력을 검증하고 있다. 특히 ‘자이언트 병풀’, ‘용암병풀수’ 등 핵심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인셀덤이 병풀 성분 기반 기능성 화장품으로 출발했다면, ICD는 자체 연구개발과 생산 시스템(리만팜)을 기반으로 독점 품종인 자이언트 병풀™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진화를 이어왔다. 이러한 원료 헤리티지와 연구 기반 차별화를 토대로 브랜드명을 ICD로 리브랜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리만코리아는 북미 시장 진출 과정에서 화장품 성분 규제, 기능성 표현 가이드라인, 표시·광고 심의 기준, 판매원 교육 및 계약 체계 등 주요 운영 요소를 현지 규제 환경에 맞춰 재설계하며 글로벌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별 제품 포트폴리오와 커뮤니케이션 전략 역시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해외 직접판매 모델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직접판매 시장이 정체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내수 중심 또는 단일 국가 의존 전략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애터미와 리만코리아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별 리스크를 분산하고 다양한 시장에서 동시에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중장기 반등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이후를 준비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처럼 국내 직접판매업계 역시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며 “법인 설립 수준을 넘어 제품 인증, 표시광고, 보상플랜, 판매원 관리까지 각국 규제 환경에 부합하는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갖춘 기업만이 다음 성장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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