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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생각 자체를 바꿔보자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2-26 15: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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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해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접판매업계에 희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코스피는 계속해서 상승하며 6,000선을 돌파하기도 했고, SK하이닉스는 북한 GDP와 맞먹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뿐일까, 역대 최초로 가장 적은 응원을 받고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막힌 실력으로 보란 듯이 메달을 따냈다. 세상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며 축제 분위기인데, 이러한 상황 속 직접판매업계만 유독 양초의 꺼져가는 불씨처럼 조용하게 타고 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좋은 일도 올 것이라는 위로의 말이다. 익히 알다시피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는 옛날 중국 변방 노인의 도망갔던 말이 더 좋은 말과 함께 돌아오고, 그 말을 타다 다리가 부러진 아들이 그 덕분에 징집을 피해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이 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오랜 지혜가 현대에 이르러서도 ‘힘들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 지금 잘나간다고 해서 자만할 필요도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MZ세대인 필자조차 세상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4050세대 혹은 그 윗세대의 체감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땅에 마천루가 빼곡하게 들어서는 기적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에게 세상의 변화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음이 급해지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목격하게 된다. ‘빨리빨리’라는 말이 입에 밸 정도로, 직장인들은 업무를 서두르고 학생들은 공부를 서두른다.

마음이 급해지면 자연스레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부정적인 상황을 앞서 걱정하게 되고, 이 과도한 걱정들이 마음에 병을 만든다. 이는 삶을 병들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듯, 걱정과 불안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결국 좋은 일은 피어날 수 있다. 다가올 걱정을 미리 대비하는 ‘경고’로만 인식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이를 온전히 두려움과 좌절로만 받아들인다면 스스로를 갉아먹는 독이 될 뿐이다.

지금 직접판매업계가 마주한 현실이 바로 이 갈림길에 서 있다. 2022년 정점을 찍었던 업계는 어느덧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줄어드는 업체 수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시장 규모를 보며, 현장에서는 “이제 업계는 끝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한숨이 새어 나온다. 마음이 급해진 일부 기업이나 판매원들은 단기적인 실적에만 매달리거나 무리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다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 세상의 속도에 우리만 도태되고 있다는 조급함이 업계 전반에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나긴 침체기를 단순한 ‘추락’이 아닌, 다가올 비상을 위한 체질 개선의 기회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과거의 직접판매가 양적 팽창에 의존했다면, 지금의 수축기는 진정한 내실을 다지는 혹독한 ‘옥석 가리기’의 시간이다. 불필요한 거품이 걷히고, 소비자와 판매원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 철저한 윤리 의식과 탄탄한 제품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아 더욱 건강한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는 과정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상이 변해가는 방향성이다. 모든 것이 AI로 대체되고, 디지털과 비대면이 일상이 되는 초연결 사회로 나아갈수록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심리적인 고립감을 느낀다. 극단적으로 빠르고 차가운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한 연결’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직접판매의 본질이 다시 빛을 발한다. 직접판매의 핵심은 단순히 물건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신뢰를 쌓고 경험을 공유하는 ‘휴먼 터치(Human Touch)’에 있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빨리’를 외쳐도, 진정한 신뢰 관계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 빠름에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대면 소통을 통해 제품의 깊은 가치를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직접판매의 고유한 방식은 시대의 결핍을 채워주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품고 있는 걱정을 두려움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되, 그 기술을 다루는 방식은 철저히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첨단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매개로 전달되는 누군가의 진심 어린 체온이기 때문이다.

불안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업계의 본질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다시 채워 넣자. 훗날 2026년을 뒤돌아보았을 때, 이때의 지독한 성장통이 있었기에 업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다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사 새옹지마, 지금의 고요함은 어쩌면 폭발적인 도약을 위한 가장 완벽한 준비 기간일 수 있다. 2026년은 그 반전의 서막을 여는 첫해가 되기에 충분하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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