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지침이 가른 ‘웰니스’ 경계선
의료기기 판단기준 개정이 직접판매업계에 미칠 영향(上)
식약처가 지난 2월 12일 개정한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 판단기준(공무원지침서)’은 단순한 행정지침 보완이 아니다. 의료와 웰니스의 경계를 ‘사용목적’과 ‘표현’ 중심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능은 같아도 말이 달라지면 법적 지위가 바뀐다. 웰니스 시장 확대의 기로에서, 업계는 지금 가장 정교한 언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직접판매업계에서 건강관리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새로운 매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 판단기준’은 ‘표현’이 곧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능 중심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표현 방식이 제품의 법적 지위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 지침은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사용 목적(Intended Use)’ 중심으로 재확인했다. 이전처럼 질병의 진단, 치료, 경감, 처치, 예방 등 의학적 목적이 명시되면 의료기기로 본다. 반대로 일반적인 건강 유지.향상, 생활습관 개선이나 자기관리 지원 범위에 머무르면 웰니스 제품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경계가 기술이나 스펙이 아니라 제품의 표현과 맥락에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결국, 직접판매업계는 제품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웰니스 제품을 표방하는 제품의 허위·과대 광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직접판매업계에서 유통되는 대표 웰니스 제품군으로는 ▲체중·체지방 관리용 스마트 체성분 측정기 ▲심박수·수면 패턴을 기록하는 웨어러블 밴드 ▲생활습관 개선용 식단·운동 기록 앱 ▲AI 피부 분석 서비스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밴드 제품이 ‘건강한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돕는다’라는 표현을 쓴다면 웰니스 제품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심박수·수면 패턴을 기록해 혈압이나 혈당 등의 측정 모듈을 수치 기반으로 분석해 알려준다면 의료기기로 판단될 수 있다.
AI 피부 분석 서비스의 경우에도 표현에 따라 의료기기와 웰니스로 갈릴 수 있다. ‘피부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관리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수준을 유지하면 웰니스 제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서비스가 ‘피부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석될 경우 규제 당국은 이를 의료기기 범주로 볼 수 있다.
제품이 의료기기로 판단될 경우 의료기기법 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우선 제조·수입 단계에서 식약처의 허가·인증·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제품의 안전성·유효성 자료, 기술문서, 품질관리 기준(GMP) 충족 여부 등을 입증해야 하며, 등급에 따라 임상적 근거 자료가 요구될 수 있다.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AI·웨어러블 시대, 이제 규제는 ‘표현’을 본다
판매 단계에서도 제약이 따른다.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 목적을 표방해 판매할 경우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을 의료용으로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고 규제 역시 엄격하다. 의료기기 광고는 허가받은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며, 과장·오인 표현이 금지된다. 직접판매 특성상 설명회, 교육 자료, 판매원 개인 SNS 콘텐츠까지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제품이 웰니스 범주에 해당할 경우 훨씬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별도의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 없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이는 제품 출시 속도를 단축하고, 디지털 서비스와의 결합을 용이하게 만든다.
‘건강 유지·향상’, ‘생활습관 개선 도움’과 같은 범위 내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홍보가 가능하다. 직접판매업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교육 중심 마케팅도 운영이 수월하다.
직접판매업계 관계자는 “같은 기능의 제품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의료기기로 볼 수도 있고 웰니스 제품으로 볼 수도 있다”며 “대법원 판례도 의료기기 해당 여부 판단은 객관적 성능보다 사용 목적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제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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