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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부실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큰 리스크 될 수 있어

  • 기사 입력 : 2026-03-06 0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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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사업장은 관련 규정과 신고 채널을 갖추는 등 외형적인 제도는 준비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특정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용자가 신고를 접수한 이후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는지가 새로운 법적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의무와 보호조치의 필요성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체 없이’와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라는 표현이다. 이는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니다. 사용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강행 규정이다. 고용노동부 매뉴얼 역시 당사자 조사는 물론,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와 물적 증거 확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조 제3항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를 의무화하고 있다. 즉, 법이 요구하는 조사는 기계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넘어, 피해 주장 근로자의 심리적 안정과 2차 가해 방지까지 아우르는 ‘피해자 중심의 보호 절차’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조사가 늦어지거나 방치되는 시간 동안 피해자가 겪는 고통 역시 사용자의 책임 영역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만큼 중요해진 절차적 정당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 현장, 특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조사 의무가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사 담당자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차례씩 면담한 뒤 “양측 주장이 엇갈려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짤막한 보고서로 사건을 덮거나, 신고 내용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지엽적인 사실만으로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성급히 내리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러한 ‘부실 조사’는 추후 법적 분쟁 단계에서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해당 행위가 최종적으로는 법적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더라도, 조사 과정 자체가 위법하거나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절차적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춘천지방법원 2024. 1. 31. 선고 2021가단37928 판결 참조). 이는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조사 범위의 축소 역시 경계해야 한다. 괴롭힘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고인이 주장하는 전체 경위를 맥락적으로 파악해야 함에도, 특정 날짜의 특정 발언 하나만을 떼어내 판단하는 것은 조사의 완결성을 해친다. 참고인 조사를 생략하거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참고인만 선별하여 청취하는 것 또한 객관성을 잃은 조사의 전형이다. 조사는 신고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 풍부한 배경 정보를 수집하여 사실관계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조사 종료 후의 조치도 절차의 완결성을 좌우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에 따라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적절한 후속 조치 없이 사건을 뭉개거나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할 경우, 피해자는 회사의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고 이는 결국 노동청 진정을 넘어 소송으로 비화하는 지름길이 된다.

사내 조사 역량이 부족하거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초기부터 공인노무사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위탁하는 것이 현명하다. 외부 전문가는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전문적인 조사 보고서 자체가 향후 분쟁 시 유력한 입증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찬 노무사>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www.nosa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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