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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개와 늑대의 시간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06 08: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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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인디언들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짐승이 내가 키우는 충직한 개인지, 나와 가축을 노리는 늑대인지 어스름한 상태에서는 분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다단계산업도 어쩐지 그 어스름 속에 있는 듯하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새로운 희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일까?

필름 카메라
, 삐삐, 비디오, 공중전화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산업은 시간이 흘러 점진적으로 쇠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오히려 더 단단한 모습을 보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IMF 때도 그랬고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메르스, 코로나 때도 그랬듯이, 산업이 위축될 때도 있었지만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면서 부흥하기도 했다. 다단계판매를 통해 인생역전, 노후대비, 부업 등 저마다의 꿈을 꾸며 사업에 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의 열망이 이어지는 한 다단계판매라는 꽃동산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 최근 부업의 형태는 간편해지고 종류는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수익 활동이 가능해졌다. 게임을 하면서 코인을 채굴하고, AI로 영상을 제작해 수익을 창출하고, 교육 영상을 판매하는 부업까지.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에서는 꾸준히 라이징 스타가 등장하고 단기간에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빠르고,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단계판매는 제품
(원료, 성분 등)에 대한 깊은 이해, 조직 관리, 교육, 동기 부여 등에 각고의 노력을 쏟아내야 한다. 단기간에 사업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을 제외하더라도 다단계판매는 다른 산업과 달리 기동력과 역동성이 떨어진다. 왜 그럴까? 진부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방문판매법이다. 업계 스스로의 혁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제도적 틀이 현재의 유통 환경과 괴리되어 있다면 기업과 판매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진부하다고 부연한 것은 방문판매법 개정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 업계가 실적 부진에 직면할 때마다 개정 요구는 커졌지만, ‘논의만 반복되는 바람에 피로감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창하던 이들 중에는 법이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제도권 밖의 상황은 어떨까
? 코인 열풍이 한창인 2016년 이후 다단계업계가 약 10년 가까이 매출 감소, 답보 상태에 머무는 동안 불법 피라미드, 가상화폐 관련 피해 사례는 오히려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 금액은 20181,693억 원에서 202131,282억 원으로 급증했으나 2022년에는 11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인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던 2021년에는 브이글로벌 사태 등의 영향으로 피해액이 3조 원을 넘어 급증했다. 이후 2022년에는 가상자산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1조 원대로 줄었지만, 이 역시 작지 않은 규모다. 이 피해액은 불법 업체 입장에서 보면 매출액과 다름없다. 제도권 산업이 정체를 겪는 사이 규제의 테두리 밖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방문판매법이 기업과 판매원의 혁신과 확장을 가로막는 사이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늘 규제 밖의 업체였다
. 고수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 빠른 보상에 대한 욕구 등등의 심리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곳에서 정처 없이 떠돌며 거대한 괴물을 만들고 있다. 불법에 참여하는 이들을 보면 마치 칼날 위에 발린 달콤한 꿀을 핥는 것 같기도 하다. 단맛에 취해 본인의 혀가 베이고 피가 흐르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핥아대다가 결국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죽고 나서야 멈추게 되는 것이다.

법을 바꿀 수 없다면 개와 늑대라도 구분해야 한다
. 다단계판매산업을 늑대로 오인해 지나치게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늑대를 개인 양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문판매법 제
1조에는 방문판매법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법을 지키는 기업은 비용과 시간을 더 들여가며 사업을 운영하고 촘촘한 관리·감독을 받는 반면, 법을 무시하는 업체는 단기간에 거액의 매출을 올린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방문판매법이 그 목적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방문판매법은 지금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 걸까?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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