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규제
‘실제 효과’보다 ‘오인 가능성’ 중시하는 의료기기법
직접판매업계에서 건강관리 제품은 설명회와 체험담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왔다. 제품의 기능을 이해시키기 위해 질병 사례를 언급하고, 개선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은 업계의 오랜 영업 관행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 환경에서는 그 ‘멘트’ 자체가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
실제로 의료기기 해당 여부는 제품 설명서나 공식 광고 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설명회 발언, 교육 자료, 판매원의 개인 SNS 게시물, 온라인 라이브 방송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판매 현장이 곧 단속 판단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다.
웰니스 제품으로 기획했더라도, 판매 현장에서 사용된 표현에 따라 의료기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직접판매업계에서 최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점이다. 제품 설명서나 본사 광고 문구만이 아니라 설명회 발언, 교육 자료, 판매원의 개인 SNS 게시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현장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기 광고 규제의 중심에는 의료기기법 제24조가 있다. 이 조항은 의료기기 광고에서 거짓·과장 표현, 허가 범위를 벗어난 효능·효과 광고 등을 금지한다. 구체적인 금지 유형은 같은 법 시행규칙 제45조 별표에서 세분화돼 있다. 허가받은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승인된 범위를 넘어서는 표현은 위법 소지가 있다.
한편 제26조는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을 의료기기와 유사한 성능·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를 금지한다. 핵심은 ‘실제 효과’가 아니라 ‘오인 가능성’이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질병의 진단과 치료 또는 예방 목적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된다. 웰니스 제품이라 하더라도 표현 하나로 의료기기와 동일한 법적 판단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업 환경 유연해지는 웰니스 제품
지난주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의료기기와 웰니스의 경계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언어에서 갈린다. 체성분 측정기, 수면 모니터링 밴드, AI 기반 피부 분석 서비스, 식단·운동 관리 플랫폼 등은 기본적으로 건강 유지와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제품이다. 그러나 판매 과정에서 “비만을 치료한다”,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질환을 개선한다”는 단정적 표현이 더해지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자가 이를 의료적 효능이 있는 제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접판매 구조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복합적이다. 본사 광고는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설명회 현장의 즉흥 발언이나 판매원 개인 SNS 게시물까지 일일이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체험담을 일반적 치료 효과처럼 전달하거나, 특정 질병명을 직접 언급하며 개선 사례를 강조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고위험 표현으로 꼽힌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약을 줄일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의료행위 오인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품이 웰니스 범주에 머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디지털 서비스의 기능 개선과 업데이트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업 환경 자체가 상대적으로 유연해진다. 임상자료 확보나 GMP 유지 등 고정비 부담이 크지 않아 비용 구조도 가볍다. 이는 플랫폼 기반 헬스케어 사업이나 중소 직접판매기업에 중요한 경쟁 요인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은 철저한 표현 관리가 전제될 때만 유지된다. 치료 확정 표현, 정상 수치 회복 단정, 특정 질병명 직접 언급, 임상 효과를 암시하는 문구 등은 명확한 레드라인이다. 내부 교육 체계와 멘트 가이드라인이 정교하지 않다면 웰니스 상품도 언제든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기, 미용기기, 공산품 등을 웰니스 제품이라 부르며 두루뭉술하게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며 “직접판매업계에서 이들 제품에 대한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경우 회사 차원의 컴플라이언스(준법) 체계 구축과 회원들에게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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