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잦은 보상플랜 변경, 누가 먹잇감이 되었나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이 구조적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원인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보다 구체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 소위 ‘이름값 있는 리더’들이 국내 기업보다 외국계 회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 업체는 보상플랜을 자주 바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에서 신뢰는 핵심 자산이다. 제품력이나 마케팅 역량보다 중요한 것이 보상 구조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의 일관성이다. 이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우위를 가진다. 예컨대 암웨이나 허벌라이프 같은 기업들은 수십 년간 큰 틀의 보상 체계를 유지해 왔다. 물론 세부 조정은 있었지만, 근간을 뒤흔드는 방식은 지양해 왔다. 장기적 사업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더들에게는 안정적 선택지로 인식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시장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보상플랜을 개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매출 부진, 특정 직급 쏠림, 보너스 과다 지급 등 단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를 손대는 일이 반복되면서 “또 바뀔지 모른다”는 불신이 쌓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토로하는 또 다른 현실은 역설적이다. 이름값 있는 일부 리더들이 국내 업체와 접촉할 경우, 협상의 출발점이 ‘보상플랜 변경’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익숙한 구조에 맞게 수정해 달라거나, 특정 직급 구간의 수당률을 상향해 달라는 요구가 제시된다. 더 나아가 본인이 취급하던 제품군을 도입해 달라거나, 조직 확장을 위한 초기 운영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조건까지 붙는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요구가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기업은 리더 영입을 통한 단기 매출 상승을 기대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일정 부분을 수용한다. 특별 인센티브, 선지원금, 직급 보장, 한시적 보너스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막상 계약 이후 기대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거나 조직 이전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사례에서는 지원금만 수령한 뒤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연락이 끊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이 리더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더의 협상 전략에 끌려다니며 자금을 소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장기적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내민 손이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먹잇감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기업 재무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에게도 왜곡된 신호를 보낸다.
사실 현재의 이런 상황은 과거에 업체들이 단기적인 매출 상승을 바라며 만들어 놓은 ‘자승자박’이라는 말도 나온다. 보상플랜을 자주 바꿔 신뢰를 약화시킨 결과, 더 강한 조건을 요구하는 리더들에게 휘둘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신뢰의 공백은 협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기업이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지 못하면, 개별 협상에서 방어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구조 산업이다. 보상플랜은 단순한 급여 체계가 아니라 조직 확장의 알고리즘이다. 특정 리더 한 명을 위해 구조를 수정하면 그 알고리즘은 왜곡된다. 단기 매출은 늘 수 있지만, 장기적 안정성은 흔들린다. 외국계 기업들이 큰 틀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이 제도를 흔들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다.
국내 업계가 직면한 작금의 인력난은 단순히 외국계 회사 선호 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보상체계의 일관성, 영입 관행의 투명성, 지원금 운용의 원칙 등 구조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리더 역시 기업을 단기적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면, 산업 전체의 신뢰 기반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너무 뻔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해법은 원칙을 복원하는 것이다. 보상플랜은 단기적 리쿠르팅을 위한 전략적 미끼가 아니라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장기적 약속이자 제도의 근간이어야 한다. 특정 인물을 유치하기 위해 구조를 수시로 손보는 관행을 멈추고, 공개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 아래에서 영입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명문화된 규정과 성과 조건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더 이상 협상에서 끌려다니는 먹잇감이 아니라, 상호 책임을 전제로 한 동등한 파트너로서 협상 테이블에 설 수 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다. 한 번 흔들린 제도적 신뢰를 복원하려면 시간과 일관된 실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 없는 유연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은 결국 더 큰 비용과 내부 혼란을 초래한다.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업계가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눈앞의 단기 매출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구조의 안정성과 제도의 권위다. 리더를 붙잡기 위해 원칙을 내려놓는 순간 시장은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회사는 언제 또 바뀌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반복된다면 신뢰의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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