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습기 살균제 교훈 잊었나? 신생아까지 돈벌이 수단 삼는 어른들
신생아의 얼굴이 상업적 홍보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SNS에서는 일부 다단계 판매원들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성인용 화장품을 바른 뒤 특정 문제점이 개선됐다는 식의 체험담을 퍼뜨리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영유아에게 사용하고 이를 홍보 콘텐츠로 활용하는 행위는 상식의 선을 넘어선 위험한 행동이다. 아이의 몸을 광고판처럼 사용하는 마케팅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이며 범죄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2011년 모든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그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생활제품의 안전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기업의 무책임이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온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그러나 기업의 안일한 판단과 감독 부실이 겹치면서 수많은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 사건은 단순한 산업 사고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전에 대해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보여준 참혹한 사례였다.
그런데 지금 일부 판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그 교훈을 잊은 듯하다. 오로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으로 신생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은 그 부모가 얼마나 철이 없는지, 그 스폰서와 그 회사는 얼마나 도덕적으로 무감각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 또한 이 무모한 홍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회사는 회원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가 있고, 다단계판매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위탁받은 공제조합,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에까지 책임이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현행법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명백한 아동학대인 동시에 분명한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또한 허위 과장 광고를 금지한 화장품 법 제13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갓난아기라고 해도 어엿한 인격체이므로 결코 부모를 비롯한 타인에 의해 돈벌이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될 뿐더러 영유아의 피부는 성인보다 훨씬 얇고 면역 체계도 미성숙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성인용 화장품의 보존제나 향료, 활성 성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임의로 사용하고 홍보까지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특히 다단계판매 구조에서는 과도한 실적 경쟁과 보상 체계가 판매원을 확증 편향으로 몰아넣는 경향이 있다. 제품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성공에 대한 조급함이 결부되면, 상식적인 판단마저 흐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판매원 교육과 관리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체험담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다단계판매업계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다단계판매업체가 갓난아기마저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과연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겠는가? 규제 완화는커녕 오히려 더욱 규제가 강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신들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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