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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추출물’, 사실 노화랑 관련 없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19 17:06:58
  • 수정 시간 : 2026-03-19 17: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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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활>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불로장생’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웰니스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해 온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항산화(Antioxidant)’라는 핵심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세포를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인 활성산소를 억제한다는 항산화 물질은, 다양한 영양제와 보충제의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 소구점이다. 

특히 코코아추출물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플라바놀(Flavanol)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오랫동안 업계와 소비자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엄격한 임상 연구 결과는, 코코아추출물의 항산화 효과가 곧장 ‘생물학적 노화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오랜 맹신에 묵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노화 지표를 흔들지 못한 코코아추출물
항산화란 말 그대로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산화 작용을 억제하는 것을 뜻한다. 금속이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녹이 슬듯, 사람의 몸도 생명 유지를 위해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 중 일부가 불안정한 ‘활성산소(Free Radical)’로 변모한다. 이 활성산소는 체내 세포막과 DNA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노화를 가속화하고 각종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항산화 물질은 이러한 활성산소에 먼저 반응하고 결합하여 세포 손상을 막는 이른바 ‘방패’ 역할을 수행한다.

코코아추출물이 항산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는 이러한 방패 역할을 하는 식물성 내재 영양소, 즉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바놀’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번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하워드 세소 박사팀)의 임상 시험에 사용된 코코아추출물 역시 500mg의 고용량 플라바놀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이 중 혈관 건강과 세포 보호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성분 에피카테킨(Epicatechin)이 80mg이나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은 이러한 성분적 특성을 앞세워 코코아추출물 기반 제품이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처럼 홍보해 왔다. 인체의 산화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이론적 배경은 훌륭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고, 소비자들은 이를 생체 시계를 멈추는 마법의 가루처럼 소비해 왔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던 이론과 실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했다. 연구팀은 평균 나이 70세인 성인 958명(여성 482명, 남성 476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무작위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이들을 ‘종합비타민+코코아추출물’, ‘종합비타민+위약(가짜 약)’, ‘위약+코코아추출물’, ‘위약+위약’의 네 그룹으로 세분화하여 2년간 매일 섭취하게 한 뒤, 혈액 속 DNA의 화학적 변화 패턴인 ‘DNA 메틸화(Methylation)’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DNA 메틸화는 나이가 들며 일정한 방식으로 누적되기 때문에, 현대 의학에서 생물학적 노화 진행 속도를 추정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정교한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 결과는 업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종합비타민·미네랄을 섭취한 그룹의 경우, 보충제를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일부 노화 지표의 연간 증가 속도가 약 1.4개월에서 2.6개월(약 0.11년~0.21년)가량 유의미하게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시작 시점에 이미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았던, 즉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사람들의 경우 노화 둔화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

반면, 강력한 항산화 효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코코아추출물은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5가지 노화 지표에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도 주지 못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매일 500mg이라는 적지 않은 양의 플라바놀을 2년간 꾸준히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는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항산화 섭취≠노화 방지”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코코아추출물이라는 단일 원료의 효능을 깎아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시장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특정 항산화 성분의 섭취가 곧장 전신적인 노화 역전이나 지연을 보장한다’는 식의 과도한 프레임에 치명적인 반론을 제기한다.

그간 관련 업계는 성분이 가진 일차원적인 효능(활성산소 억제)을 인체 전체의 복합적인 노화 방지 메커니즘과 무리하게 연결 지어 과장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이끈 하워드 세소 박사는 “DNA 변화로 계산한 생물학적 노화 속도의 감소가 실제 질병 위험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매우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나아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성인 39만여 명을 20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선행 연구에서도,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는다고 해서 심혈관 질환이나 암 같은 중증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NCI 연구팀은 “수명 연장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 복용은 추천하지 않으며, 유행에 동참해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도 높게 경고한 바 있다.


‘현실적 건강 수명’으로 마케팅 재정립해야
물론 해당 연구결과가 코코아추출물이 인체에 무가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라바놀과 에피카테킨은 혈류 흐름을 개선하고 일상적인 활력을 증진시키는 등 다른 생리적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현혹하는 자극적인 ‘안티에이징(Anti-aging)’ 프레임은 이제 거두어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유통업계가 무리한 기능성 강조보다는 일상적인 생활용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며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단일 영양소의 기적적인 효능에 의존하는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꼼꼼해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역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맹목적인 노화 방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건강 수명 유지’로 마케팅의 본질과 소통 방식을 시급히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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