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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로 바꾸면 덜 해로울까?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19 17:07:06
  • 수정 시간 : 2026-03-19 17: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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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전자담배는 오랫동안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대안”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담배를 끊지 못한다면 차라리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이러한 통념과 다른 결과가 제시됐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흡연이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흡연의 유해성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전자담배로 전환할 경우 실제 건강 위험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그동안 흡연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근골격계 질환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민건강보험 326만 명 데이터로 살펴본 흡연 영향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20세 이상 성인 약 326만 명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2019년 건강검진을 받은 약 560만 명 가운데 연구 기준에 맞지 않는 사례를 제외한 뒤 최종 대상자를 확정했고, 이들을 약 3.5년 동안 추적 관찰해 척추 디스크 질환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흡연 형태를 세분화해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비흡연자 ▲연소형 담배 흡연자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두 종류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사용자로 나뉘었다. 또한 일부 집단에서는 기존 연소형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전환한 경우도 별도로 분석했다.

척추 디스크 환자 판정 기준도 엄격하게 설정했다. 단순 진료 기록이 아니라 척추 디스크 질환 진단코드로 두 차례 이상 진료를 받거나 입원한 경우만 환자로 분류해 연구의 정확도를 높였다.


‘덜 해로운 흡연’ 표현은 신중해야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흡연 형태 변화가 건강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연구진은 단순히 흡연 여부만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존 연소형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전자담배로 전환했을 때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별도로 분석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금연하기 어렵다면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담배는 연소 과정이 없거나 적다는 이유로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대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를 보면 연소형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집단은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이 약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흡연을 계속하는 것보다 일정 부분 위험이 낮아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연구진이 강조한 핵심은 따로 있다. 위험도가 일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흡연자보다 높은 위험 수준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꾸더라도 건강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분석 결과도 눈길을 끈다. 연소형 담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집단은 일반담배 흡연자와 유사한 수준의 디스크 위험도를 보였다. 이는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척추 디스크 질환 위험을 확실하게 낮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전자담배의 특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열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이나 금속 미세입자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조직으로 공급되는 산소량을 감소시킬 수 있어 디스크와 같은 조직의 퇴행성 변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중 사용자’ 심혈관질환 위험 더 높여
전자담배는 전기로 발생시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로 잎을 태우는 과정이 없어 연기와 냄새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성인 남성의 전자담배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일반담배와 혼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내 흡연 등 상황에 맞춰 두 담배를 번갈아 피우는 것이 궐련만 이용하는 것에 비해 더 해롭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은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 집단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9세 이상 남성 7,505명 대상으로 이중 사용자와 일반흡연자(궐련 단독 흡연자), 비흡연자 간 비교를 통해 대사증후군을 중심으로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키는 위험요인의 유병률을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은 심뇌혈관질환 및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고혈압, 고혈당, 혈중 지방, 비만 등 신체이상 상태의 집합을 의미하는데, 이를 가진 환자의 경우 심장 및 혈관 이상이 생길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며 당뇨병의 발병이 열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심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연구 결과, 이중 사용자는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비흡연자의 2.79배, 일반흡연자에 비해 1.57배 증가했으며, 세부적으로는 대사증후군 구성 요소인 복부비만,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또한, 니코틴 의존도 및 요중 코티닌 수치가 일반흡연자와 비흡연자에 비해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 경험률도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사항은 전자담배 이용자의 85% 이상이 이중 사용자였으며, 이들의 금연 의지와 금연 시도율은 일반흡연자에 비해 높았으나 평균 흡연량의 차이는 없었고 니코틴 의존도와 요중 코티닌 수치는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완전한 전환 혹은 금연에 실패해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며 오히려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주도한 이기헌 교수는 “전자담배 이용자의 대부분이 이중 사용자이며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리스크가 높게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중 사용자 집단이 심혈관질환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만큼, 이들에게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금연 치료와 개별화된 생활습관 중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특정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고 해서 곧바로 건강 효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관련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연구 결과의 의미와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담배 역시 ‘덜 해로운 대안’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규제 기준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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