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왕좌 노리는 ‘상하이 버터떡’
유통가 강타한 새로운 ‘겉바속쫀’
Weekly 유통 경제

대한민국 디저트 생태계를 휩쓸며 오픈런과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의 열풍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꿰차며 SNS와 배달 플랫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새로운 식음료계의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최상의 쫀득함과 고소함을 무기로 내세운 ‘버터떡’이다. 유행 주기가 몹시 짧고 트렌드 변화가 극심한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버터떡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이번 돌풍의 중심에 선 버터떡의 태생은 대륙의 미식 도시 중국 상하이다. 현지에서 새해를 기념하며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인 ‘녠가오(年糕)’에 서양식 식재료인 버터를 가미해 오븐에 구워낸 퓨전 디저트 ‘황요녠가오(黃油年糕)’가 그 시초다. 이를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게 발전시킨 현재의 버터떡은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황금 비율로 배합한 뒤, 풍미를 극대화하는 신선한 우유와 짭짤한 버터를 듬뿍 넣어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표면의 바삭함과 그 뒤를 잇는 찹쌀과 타피오카 특유의 찰진 식감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는 한국인들이 유독 열광하는 이른바 ‘겉바속쫀(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버터떡의 인기는 단순히 완성된 디저트 완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껏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홈베이킹’ 수요로 직결되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 매장 등에서는 버터와 찹쌀가루 등 버터떡의 뼈대가 되는 핵심 원재료들의 판매량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형 유통 채널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달부터 이달 초순까지 찹쌀가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껑충 뛰었으며, 쫀득한 식감을 책임지는 타피오카 전분 역시 세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상적인 필수 식재료로 분류되어 평소 판매량 변동 폭이 크지 않은 버터마저 같은 기간 20% 안팎의 뚜렷한 매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이번 유행이 소비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나타낸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과거 두쫀쿠 열풍이 본격화하기 직전 핵심 부재료의 수요가 선행하여 폭발했던 현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전형적인 전조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발 빠른 외식업계와 자영업자들 역시 메뉴 개편에 속도를 내며 트렌드에 탑승하고 있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쫀쿠의 경우, 주재료인 카다이프 면이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의 수입 단가가 지나치게 높고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메뉴 라인업에 꾸준히 올리기에는 까다로운 제약이 많았다. 반면, 버터떡은 주변 대형마트나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식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어 메뉴 개발과 생산의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다. 이에 따라 기존에 두쫀쿠를 취급하며 유행을 주도하던 트렌디한 베이커리와 카페들은 속속 버터떡으로 주력 디저트 메뉴를 전면 교체하는 추세다. 국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미 ‘버터떡’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최상단에 고정되어 내려올 줄을 모르며, 서울 마포구 망원동 등 이른바 ‘디저트 성지’로 불리는 지역의 유명 빵집들 사이에서는 밀려드는 손님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현상마저 재현되고 있다.
내 집 마련 ‘돈줄’ 막히자 발 벗고 나선 5060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부동산을 증여하는 모습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을 물려주는 사람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지만, 요즘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50대와 60대 부모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집값은 너무 비싼데 대출마저 막히자, 자녀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부모들이 예전보다 일찍 재산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부동산 정보기업 ‘직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 등 소유권 이전 자료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서울에서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들의 나이대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재산을 물려준 1,773명 중에서 50대와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6.2%, 32.8%였다. 이 둘을 합치면 49.0%로, 꾸준히 1위를 차지했던 70대 이상(43.0%)보다 더 많다. 불과 두 달 전인 1월만 해도 70대 이상이 절반 가까이(49.3%) 차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재산을 물려주는 나이가 50~60대로 훌쩍 어려진 셈이다.
이렇게 일찍 재산을 물려주는 유행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로 퍼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달 전체 증여 건수 중에서 50대(17.9%)와 60대(29.5%)를 합친 비율이 47.4%를 기록하며, 70대 이상(41.2%)을 가볍게 넘어섰다.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부모들이 자녀에게 더 빨리 집이나 자금을 물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지방의 상황은 수도권과 확연히 다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여전히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9.3%로 여전히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전북(78.1%), 전남(55.9%), 경남(55.8%) 등 지방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증여가 훨씬 많았다. 전국 통계로 50대와 60대의 비율을 다 합쳐도 38.9%에 그쳐 70대 이상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매겨지는 무거운 세금과 복잡해진 부동산 규칙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집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다 보니,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기 전 미리 자녀에게 명의를 넘겨 부담을 줄이려는 계획도 깔려 있다. 결국 최근에 50~60대 부모들이 서둘러 재산을 물려주는 현상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 힘든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과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는 부모들의 고민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풀리거나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50~60대의 ‘일찍 물려주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00조 원 ‘노후 밥줄’ 20년 만에 판 바뀐다
근로자의 최후 보루인 노후 자금 지형도가 20년 만에 변화를 맞이한다. 고용노동부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보고한 퇴직연금 제도 개편안은 지난 21년간 유지되어온 전통적 형태의 퇴직금 제도를 역사의 뒤편으로 보내고,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현재 5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막대한 퇴직연금 시장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이번 개편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기존에는 개별 기업의 사정이나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향후 추진될 법제화가 완료되면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예외 없는 퇴직연금 의무 가입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번 개편의 또 다른 중대 축은 쥐꼬리 수익률 논란에 시달려온 퇴직연금의 운용 방식을 혁신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는 개별 근로자나 기업이 직접 금융 상품을 고르고 관리해야 했기에 전문성 부족과 방치 현상이 흔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기금형 제도는 적립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전문 운용 기관에 위탁해 통합적으로 굴리는 방식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와 최고 수준의 전문가 그룹을 활용한 최적의 자산 배분을 통해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획기적인 수익률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취약 근로자들의 수급권 보호 장치 역시 대폭 두터워진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로 급증하고 있는 프리랜서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퇴직연금 의무 가입 대상에 단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아울러 근속 기간이 1년에 미치지 못해 퇴직 급여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단기 근로자들의 실태 조사를 통해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할 세부 일정표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자가 회사의 도산이나 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본인의 몫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기업이 퇴직급여 재원을 사외 금융기관에 쌓아두도록 강제하는 사외 적립 의무 비율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퇴직연금 전면 개편은 단순히 제도의 외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연금의 한계를 사적 연금의 내실화로 보완하려는 거시적 경제 궤도의 수정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이번 20년 만의 대전환이 근로자의 든든한 노후 방파제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한국 자본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경제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년 굳게 닫혔던 ‘등록금 동결’ 풀렸다
장기간 이어져온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교육비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사립대를 필두로 한 줄인상 행렬이 지속되며 교육 물가 상승률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올해 역시 전국 4년제 대학의 과반수가 등록금 인상을 예고해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지출 목적별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부문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6%포인트(p) 상승한 2.3%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기록했던 2.3% 이후 15년 만에 도달한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였음을 고려하면 교육 물가가 전체 물가를 0.16%p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셈이다.
이러한 교육 물가 급등의 진원지는 단연 대학 등록금이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과 연계해 등록금 동결을 강력히 유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물가 상승으로 한계에 다다른 대학들이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대 및 교육대 193곳 중 무려 70.5%에 달하는 136개교가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 지표를 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사립대 납입금 물가는 전년 대비 4.5%나 치솟으며 2008년(7.2%)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공립대 납입금 역시 0.8% 올라 201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학생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전년보다 약 28만 원 늘어난 710만 원 선까지 훌쩍 뛰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계의 학비 부담 증가세가 올해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적된 재정 적자를 해소하려는 대학들의 고육지책과 물가 상승 압력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억눌려있던 교육비 부담으로 학부모와 청년층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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