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방문판매·할부거래법 과징금 강화 나선다
감경 상한은 줄이고 가중 상한은 2배 증가
대한민국 유통 및 서비스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주도하는 전례 없는 과징금 강화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전자상거래법 등 주요 법령의 제재 수위를 높인 데 이어, 이제 그 칼날을 방문판매법과 할부거래법까지 전면 확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벌금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기업이 법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감수해야 할 경제적 손실을 압도적으로 키움으로써 법 위반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과도한 감면 규정으로 법안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을 지시함에 따라, 업계가 체감하는 규제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가중 처벌 3년 3회에서 5년 2회로 강화
이번 개정안의 가장 파괴적인 대목은 반복 위반을 판단하는 시간적 범위와 횟수 기준의 급격한 강화다. 기존에는 최근 3년 이내에 3회 이상 법을 위반했을 때 가중 처벌을 적용했으나, 이제는 그 관찰 기간이 최근 5년으로 대폭 늘어났으며 위반 횟수 기준 또한 2회 이상으로 낮아졌다. 이는 단 한 번의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이라도 이후 5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추가 위반만으로 즉각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됨을 의미한다. 과거의 경미한 행정 지도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더욱이 반복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의 가중 상한선이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산정된 기본 과징금이 10억 원일 경우, 반복 위반이 확정되면 최대 20억 원까지 부과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업체는 물론, 선수금 보전 의무를 지닌 할부거래 업체들에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의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정도와 위반 내용 및 횟수를 고려해 과징금을 조정할 수 있는 한도 역시 기존 50%에서 100%로 높이며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의 기틀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30%에서 10%로 쪼그라든 감경권과 타이밍의 엄격함
기업들이 과징금 폭탄을 피하고자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사후 보상을 통한 감경’ 전략도 이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사업자의 자발적 보상 노력에 따라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었으나, 공정위는 이 감경 상한을 10%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공정위의 조사가 이미 개시된 이후에 이루어진 보상에 대해서는 감경률을 더욱 짜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함으로써, 적발된 뒤에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을 원천 봉쇄했다.
이러한 감경 제도 축소는 비단 방문판매와 할부거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의 경우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의 부과기준율 하한이 현행 0.5%에서 10%로 무려 20배나 상향되었다.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는 지원 금액의 전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한을 현행 20%에서 100%로 5배 높였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하한선과 축소되는 감경폭은 “일단 위반하고 나중에 깎으면 된다”는 안일한 경영 방식이 더 이상 시장에서 통용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방위적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법 경영의 실질화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매출액의 6%에서 20%로, 담합에 대한 한도를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과징금 강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하도급법상의 서면 미발급, 가맹사업법상의 정보공개서 숙지기간 미준수, 대규모유통업법상의 경영활동 간섭 등 위반 유형 31개에 대해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과징금으로 그 징벌적 기능을 전이시킨 것이 이번 정책의 배경이다. 즉, 형사 처벌의 부담은 줄여주되 기업의 가장 아픈 곳인 ‘경제적 손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또한, 온라인상 기만 광고와 소비자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거짓‧과장 광고에 대응하기 위해 표시광고법상 과징금 한도도 관련 매출액의 2%에서 10%로 대폭 상향한다.
다단계판매의 경우 하위 판매원의 단독 일탈이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강요, 청약 철회 방해 등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 전체의 5년 치 기록에 남는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있어 업계에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 이유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을 반복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는 한도가 낮아 충분한 법 위반 억지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복적인 법위반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가중하는 기준을 상향하고, 과징금 감경 사유를 축소하여 과징금 처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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