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칼럼> 노사 간 신뢰의 시작인 ‘이력서 거짓말’의 대가는?
바야흐로 ‘자기 증명’의 시대다. 취업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이력서에 사소한 성과를 보태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전 직장의 근무 기간을 조작하거나 프로젝트 수행 경력을 새롭게 창조하는 ‘이력서 부풀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일단 입사해서 실력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며 위험한 도박을 시도하곤 한다. 그러나 채용 단계에서 발생한 거짓말은 단순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노사 관계의 기초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신뢰가 무너진 사업주는 어떤 방법으로든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싶을 것이다. 허위경력 기재가 취업규칙에 징계 사유로 규정되어 있다면, 가장 먼저 징계해고를 고민할 것이다.
징계해고에 있어 법원은 취업규칙과 별개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수 있다. 해고의 정당한 이유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의미한다.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고용 당시의 사정과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판례는 이력서가 단순히 근로 능력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노사 간 신뢰 관계의 형성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의 유지를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허위경력 기재에 관하여 취업규칙에 징계해고 사유가 명시되어 있고 해고가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그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2.7.5.선고 2009두16763 판결).
그러나 믿었던 직원의 허위경력에 크게 분노하여 채용 사실 자체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싶은 사장님이라면, 해고보다 계약취소를 강하게 원할 것이다. 근로계약 또한 ‘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취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면 취소가 가능하다. 계약취소는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갖지만 판례는 과거부터 예외적으로 근로계약 취소의 소급효를 부정하고 있다. 취소되더라도 근로계약은 일반 계약과 달리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이 소멸할 뿐이다. 따라서 이미 제공된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법률관계, 즉 지급된 임금도 소급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이미 제공한 노동의 가치를 사후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보호적 취지가 담겨있다.
또한 단순히 허위사실이 기재되었다는 이유로 기망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고와 마찬가지로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채용 공고 상의 자격 요건과 업무의 성격, 허위경력이 업무수행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1986.10.28.선고 85누851 판결). 실제로 한 로펌 소속 변호사가 실제 경력이 5년임에도 불구 이력서 상 경력을 9년으로 기재한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근로계약 취소와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해당 로펌의 채용 공고가 ‘경력 2년 이상, 월 800만 원 이상’이었는데, 비록 해당 변호사의 경력이 주장보다 짧더라도 공고상의 자격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피고의 5년의 실제 경력을 고려하더라도 근로계약상의 급여액이 상당히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근로계약 취소의 정당성을 부정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10.17.선고 2025가합10287 판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허위경력 기재가 ‘당연히’ 징계해고나 근로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면죄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판례의 입장은 통시적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노사 관계의 본질은 ‘신뢰’다. 근로자는 자신의 커리어가 정직이라는 토대 위에서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평판 조회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경력 사칭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게 되고, 이는 법적 처벌보다 무서운 ‘업계 퇴출’이라는 사회적 선고로 돌아온다.
<이지윤 노무사>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