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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세상은 피라미드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26 16:52:22
  • 수정 시간 : 2026-03-26 16: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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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이치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명확한 도형으로 수렴된다. 바로 ‘피라미드’다. 고대 이집트의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파라오의 무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부터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지탱하는 모든 구조가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원초적인 자연의 생태계도 똑같다. 수많은 플랑크톤과 식물이 가장 넓은 하부 구조를 형성하고, 그 위를 초식동물이, 다시 그 위를 육식동물이 차지하며, 꼭대기에는 최상위 포식자가 군림한다. 이 거대한 먹이사슬의 피라미드가 붕괴되는 순간 생태계는 멸망한다. 하부가 넓고 탄탄하며 상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이 구조는 자연이 선택한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의 형태인 것이다.

자연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무리 지어 사회를 형성한 이후, 모든 조직의 형태 역시 피라미드였다. 우리가 그토록 선망하는 대기업의 조직도를 펼쳐보자. 수만 명의 사원들이 피라미드의 거대한 밑바닥을 받치고 있다. 그들 중 일부가 대리, 과장, 차장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 중간 관리자가 되고, 아주 극소수만이 임원의 자리에 오르며, 맨 꼭대기에는 단 한 명의 최고경영자가 존재한다. 평사원들이 현장에서 땀 흘려 만들어낸 부가가치와 이윤은 결재 서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며, 가장 큰 권한과 보상은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이들에게 집중된다. 물론 일반 기업의 고용 형태와 다단계판매의 독립 사업자 형태는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부가가치가 분배되는 전체적인 유통의 뼈대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국가 조직은 어떤가. 수천만 명의 일반 국민이 있고, 그들을 대신하는 수백 명의 국회의원이 있으며, 정점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 권력 기관이 있다. 학교, 군대, 종교 단체, 심지어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본사와 가맹점 구조조차 철저한 피라미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상위로 갈수록 숫자는 적어지고 권한과 이익은 커진다. 이것은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효율적인 통제와 발전, 조직의 확장을 위해 고안해 낸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시스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기막힌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세상 모든 것이 피라미드 구조로 굴러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사회적 질서’ 혹은 ‘효율적인 경영’이라고 부르며 기꺼이 순응하는데, 유독 단 하나의 산업에 대해서만 이 잣대가 가혹하게 뒤틀린다. 바로 흔히 말하는 다단계판매산업이다.

다단계판매업계의 종사자들은 억울하다. “당신들 구조는 피라미드 아니냐”는 사회의 서늘한 시선과 조롱 섞인 질문에 매번 해명해야 한다. 다단계판매의 수익 구조나 조직의 확장 형태가 피라미드 모양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구조적 사실이다. 한 명의 판매원이 제품의 우수성을 경험하고 이를 여러 명에게 알리며, 그 여러 명이 다시 각자의 지인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과정이 선으로 연결되면 당연히 하부가 넓어지는 삼각형 구조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지역 본부를 두고, 그 아래 수많은 가맹점을 모집해 유통망을 넓혀가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치다.

물론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부인할 수는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다단계판매의 외형만 교묘하게 빌려 실체가 없는 상품을 강매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만 혈안이 되었던 불법 유사수신 업체들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른바 불법 피라미드 사기 사건들이다. 이들의 악행이 남긴 트라우마가 대중의 뇌리에 너무나 깊게 박힌 나머지, 합법적이고 건전하게 제품을 유통하는 정상적인 다단계판매기업들조차 도매금으로 묶여 ‘피라미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형태가 같다고 해서 본질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요리사의 손에 들린 칼은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도구지만, 강도의 손에 들린 칼은 흉기가 된다. 칼이라는 ‘형태’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듯, 피라미드라는 구조 자체가 불법이거나 비도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릴 뿐이다.

이러한 유통 구조를 단지 기하학적인 형태가 삼각형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과거 불법 집단들의 악행과 겹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것은 심각한 편견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피라미드 속에서 대기업이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부를 독식하는 구조에는 관대하면서, 평범한 개인들이 노력한 만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당한 보상을 나눠 가지는 직접판매 구조에는 불법 피라미드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상의 모든 조직과 유통은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해 왔다. 다단계판매산업은 피라미드가 맞다. 하지만 세상을 지탱하는 다른 건강한 피라미드 구조처럼, 우리 역시 상생을 만들어내는 정당하고 튼튼한 피라미드일 뿐이다. 

형태를 비난할 시간에, 그 구조 안에서 어떤 혁신적인 제품이 유통되고 얼마나 건강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고 있는지, 그 실체를 바라보는 성숙한 사회적 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낡은 색안경을 벗어야 할 때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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